[기업들 부품 글로벌 소싱 강화] "중국산 평균 15% 저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주요 전자.자동차 메이커들이 부품의 해외조달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한 데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환율 급락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지난해 1년간 12.7%나 떨어진 상황에서 국내 부품을 고집할 경우 추락하는 가격 경쟁력을 더 이상 만회할 길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율 변동에 관계 없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선 '생산원가 절감'이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이는 부품과 원자재를 싸게 사들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선택"
완성품 업체들은 글로벌 소싱 확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환율급락으로 앉아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글로벌 소싱 확대를 늦출 수는 없다는 얘기다.
국산 부품 비중이 85%에 이르는 LG전자 백색가전사업본부가 대표 사례.이 사업본부는 환율하락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부품 국산화율이 30∼40%에 불과한 정보통신사업본부는 부품을 수입하면서 자연스레 환율 헤징 효과를 누렸지만 백색가전사업본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백색가전사업본부 창원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연간 4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환율이 1백원 떨어지면 연간 4천억원을 손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대만산이 15% 저렴
가장 싼 부품은 역시 중국산.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 현지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 품질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고민거리였던 품질문제도 사라지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대만 업체들은 전세계 완성품 업체들을 고객으로 만들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부품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가고 있다.
비슷한 품질의 부품을 중국이나 대만에서 조달할 경우 평균 15% 정도 싼데,이를 어떻게 마다하겠느냐는 게 완성품 업체들의 항변이다.
LG전자 백색가전사업본부는 이에 따라 연내에 부품 해외조달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기로 했고,정보통신사업본부는 중국 수입물량을 작년 1천2백억원어치에서 올해 5천억원어치로 늘리는 등 해외 비중을 연내 60%에서 65%로 확대키로 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해외 비중을 연내에 40%까지 확대키로 했으며,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도 10% 정도에서 30%대로 높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색가전은 부품 덩치가 크기 때문에 해외조달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 40%"라며 "결국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부품을 해외에서 사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품 구매를 위해 대만에 지사까지 설치한 이레전자 정문식 사장은 "품질 검사를 끝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수입에 나설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조달했던 어댑터 등 주요 회로부품을 대만에서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매 시스템도 대폭 변경
완성품 업체들은 글로벌 소싱을 늘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업부별로 개별구매하던 방식을 공동구매로 바꿔 납품단가를 낮추고,불필요한 중복 구매도 없앤다는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6개 사업부를 3개 사업부로 통합,사업부별 공동구매를 강화키로 했다.
LG전자 역시 본사 차원에서 공동구매하는 액수를 지난해 6천억원에서 올해 2조5천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회로기판에 쓰이는 축전기의 경우 구매시스템만 효율화해도 소요물량을 최고 4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정보통신사업본부의 경우 당초 올해 부품 구입비로 8조5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같은 혁신방안을 총동원해 6조5천억∼7조원으로 줄이기로 재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목표를 '소요 부품 및 원자재 최소화'로 잡고,기술 혁신에 매진키로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완성품 업체들은 환율 하락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경우 더 이상 국내에서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번 환율 하락 현상을 계기로 대기업들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