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자금 세탁팀 요원들로 행세하며 은행원들을 포섭해 은행돈 6조여원을 사취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0일 비자금을 세탁해주면 거액을 주겠다고 은행원들을 속여 6조여원을 인출하려 한 혐의(컴퓨터이용사기등)로 배모(59.무직)씨, 김모(39.회사원)씨 등 일당 6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공범을 통해 은행원을 포섭토록 한 홍모(52.여)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정모(40)씨 등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와 정씨는 지난달 20일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서울 용산구소재 신모(63)씨 집에서 청와대 비자금 세탁 업무를 맡고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한뒤 사기극에 들어갔다. 이들은 먼저 청와대 마크가 찍힌 은행통장 사본을 보여주며 "이 통장 안에 역대정권의 비자금 6조9천300억원이 들어 있는데 자금 세탁을 도와주면 10%를 대가로 주겠다"고 속여 신씨 등 4명을 포섭했다. 이달 3일에는 공범 김씨를 통해 서울 동대문구 소재 외환은행지점 대리인 임모(34)씨를 소개받아 비자금 세탁이 성공할 경우 사례비조로 20억원을 주고 재정경제부과장직에 특채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꾀었다. 임씨는 `비자금 통장'에 실제로 6조원대의 돈이 입금됐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9천900억원 짜리 자기앞수표 7장을 발행, 은행전산시스템 조작을 통해 배씨 일당의 모은행 차명계좌에 입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임씨가 사례금을 받기 위해 자신들을 찾아왔다 사기행각에 빠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범행을 폭로하려 하자 신씨 자택과 여관 등지에 4일간 감금한 채 "국정원 직원을 불러 권총으로 쏴 죽일 수 있다"고 위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나흘간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귀가하지 않은 임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으며 검거 당시 청와대 마크가 찍힌 통장사본을 소지한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요한 추궁을 받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외환은행원 임씨가 전산조작 이후 차명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려 했지만 상부에 보고되지 않은 거액이 이동한 전산거래 내역을 수상히 여긴 은행측의 신속한 거래 취소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jlov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