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틀간 일정으로 충북 제천에서 개최한 의원 연찬회가 4일 끝났다. 박근혜 대표는 이번 연찬회에서 당내 상당수 의원들로부터 리더십에 대한 거센 도전을 받았다. 일각에선 박 대표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대다수 의원들은 과거사 문제나 당명 개정,당의 정체성 등을 언급하면서 박 대표의 지도력까지 문제삼았다. 일부 의원들은 당권-대권 분리론 등을 내세워 임기(내년 7월)가 1년 반이나 남아있는 박 대표의 2선 퇴진을 주장했다. 특히 박 대표는 이날 "오는 5월까지 당명개정 작업을 완료하겠다"며 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대다수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투표조차 실시하지 못하고 결론을 유보했다. 박 대표가 당명 개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지도력에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이다. 다만 당의 노선을 '개혁적 보수'로 규정하고 '공동체 자유주의'를 당의 이념으로 추구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 연찬회에선 '반박(反朴)'기세가 만만찮았던 데 반해 '친박(親朴)'그룹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박풍(朴風)'을 일으킨 후 7월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진 양상이다. 우선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소장파들이 '반박'으로 뚜렷하게 돌아섰다. 지난해 8월 전남 구례에서 열린 연찬회 땐 소장파들은 박 대표 비판에 앞장 섰던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박 대표 옹호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연찬회에선 소장파들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의원들이 오히려 연대해 박 대표 공격에 나섰다. 여기에 일부 수도권 및 영남권 출신 의원들이 '반박세력'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당당한 대응'주문이 이어지자 박 대표는 연찬회 마무리 발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저로 인해 당이 부담스럽고 짐스럽다고 한다면 결코 대표직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으로서는 당당하지 않을 필요가 없고,그럴 이유도 없다"며 "나도 그것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해 '정면돌파'방침을 시사했다. 제천=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