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아진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최근 경기가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주변에서 "진짜 그러냐"고 묻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경제사정이 더욱 심각한 지방의 경우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막 불기 시작했다는 '미풍'이 아직은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경기만 해도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역 대표기업이었던 모 건설회사가 불황을 견디다 못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역 주력산업인 섬유업은 채산성 악화에 수출감소까지 겹쳐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역 모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선 유명 백화점의 설 판촉상품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0% 늘었다고 하는데 대구지역 백화점들의 전체 매출은 여전히 뒷걸음질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방은행들도 살아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동안 '토착은행'이라는 점을 내세워 그나마 명맥은 유지해 왔는데 이젠 M&A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린 대형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과의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출범과 함께 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거듭 강조했지만 지방경제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홍철 원장은 "신행정수도와 서해안시대 개막이라는 말과 함께 충청권 지역은 들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남권으로 대표되는 동남권 경제는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그나마 지방 경제인들은 현 정부가 최근들어 '실용주의'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듯해 거기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 불기 시작한 경기회복 미풍도 실용주의 노선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발 미풍이 훈풍이 되어 꽁꽁 언 지역경제를 녹일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대구=신경원 사회부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