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올 들어 모처럼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설을 맞는 증권가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잘 나간다는 증권사도 20여만원 남짓한 특별 상여금을 귀성여비로 지원하는 게 고작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 직원들이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터라 박탈감이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연휴 이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닥칠 곳도 많아 증권맨들의 얼굴에서 좀처럼 여유로움을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증권사별로 보면 동원증권이 귀성여비 명목으로 팀장급 이상 30만원,그 밑으로는 20만원을 지급한다. 2002년 설에 팀장급 70만원,일반 직원이 50만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대우증권은 다음주 월요일 지난해 수준인 20만원(일반 직원 기준)을 지급할 계획이다. 간단한 선물로 갈음하는 곳도 많다. LG투자증권은 주방용품 화장품 생활용품 선물세트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7만∼8만원 상당이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내고 있는 동양종금증권도 예년처럼 관계회사인 오리온에서 나온 선물세트에다 약간의 귀성비를 얹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 손으로 명절을 맞아야 하는 증권맨도 적지 않다. 대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7∼8년간 명절 보너스 구경도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 직원들도 설 추석 창립기념일 등으로 나눠 받던 선물이 지난해부터 창립기념일로 통일돼 올 설에는 빈 손으로 귀향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선물과 보너스 타령은 어찌보면 사치스러운 투정인지도 모른다. 연휴 이후 대량 해고의 칼바람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대투증권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진행 중인 매각 협상이 끝나면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여느 때보다 더 썰렁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며칠 전 우리증권과 합병 계약을 체결한 LG투자증권도 설 연휴 직후 명예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의 한 직원은 "자산 증대 운동이 끝나는 봄쯤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