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15권에 빼곡히 적힌 고객명단 2천명이 저의 재산목록 1호입니다."


4천5백여명에 달하는 LG전자 여성 영업사원 중 '2004년 판매여왕'으로 뽑힌 김명진씨(42)는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에 대해 "정성으로 고객을 대해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웬만한 전자제품 대리점 연간 매출과 맞먹는 11억원어치의 물품을 팔았다.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그가 전자제품 판매를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영업을 무척 잘할 것 같은 인상"이라는 LG전자 대리점 직원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첫 해 판매실적은 5백만원에 그쳤다.


김씨는 "제품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며 "오랫동안 공들여온 거래처가 경쟁사로 넘어갔을 때는 너무 속이 상해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친척들에게 가전제품을 떠안기다시피 팔던 '연고 판매'도 그만뒀다. 대신 발품을 팔아가며 매달 수천장의 명함과 제품 목록을 돌렸다. 하나 둘씩 단골이 생겨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객이 늘어났다.


그러기를 11년. 이제는 공책 15권이 2천여명의 고객명단으로 가득 채워졌다. 지난 99년 교통사고로 1년6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이 일이 천직이란 생각에 다시 일어섰다.


김씨는 요즘 LG전자 제품을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다. 거의 매일같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데다 기능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날 서울 역삼동 LG강남타워에서 'LG 디지털 판매사 시상식'을 열고 김씨에게 상금 7백만원을 지급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