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구조조정본부와 전자 사장단 14명에게 "차(次)세대가 아니라 차차(次次)세대 핵심 사업을 고민하라"는 주문을 내놨다.


이 회장은 지난 29일 강원도 평창의 보광휘닉스파크에서 구조본의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과 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한 12명의 경영진과 경영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초일류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삼성전자가 당기순이익 1백억달러를 기록했다는 데 자만하지 말고 차차세대 핵심 사업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주력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로 철저히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은 설비 투자가 중요하지만 연구개발(R&D) 같은 소프트 경쟁력을 높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이동통신 사업도 시장이 워낙 급변하고 있어 10년 후를 생각해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만찬을 겸해 열린 이날 간담회에선 "초심을 잃지 말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뛰어달라"는 이 회장의 당부에 대해 경영진들도 많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설원에 모인 삼성 경영진에게 던진 메시지는 △차차세대 핵심 사업 발굴 △소프트 경쟁력 제고 △자만 경계·초심 유지 등으로 요약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는 '탄력을 받았을 때 더욱 조심스럽게 타야 하는 스키처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을 때 위기의식을 갖고 경영에 임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스키 경영'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경영진들은 29일과 30일 이틀간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스키를 타면서 이 회장의 '스키 경영'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최지성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처음 배우는 스키에 무척 어려워하는 표정이었다.


이 회장은 바람이 차가워서인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동절기 체력관리 프로그램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주말을 활용해 딱딱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이 회장이 경영진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