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국채 발행 문제를 놓고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올 들어 월별 국고채 발행계획이 들쭉날쭉하더니 지난 주말엔 '재정증권 5조원 발행'이라는 '깜짝쇼'를 터뜨렸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방침 등으로 세출수요가 늘어난 반면 세입이 따라가지 못해 부족자금을 메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연일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입용 실탄'을 마련하려는 속내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동치는 채권시장 재경부는 지난해 말 8조원 규모의 '1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발표했다. 평소보다 두 배가량 많은 규모에 시중금리가 곧바로 요동쳤다. 특히 10년짜리 국고채는 일주일새 0.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1월 국고채 발행물량 중 10년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 물량부담을 우려한 채권 펀드매니저들은 앞다퉈 보유채권을 내다 팔았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채권형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였다. 채권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자 재경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1월 국채 발행계획에 포함됐던 장기채 비중을 줄이고 2월 국고채 발행규모를 3조원대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덕분에 채권시장이 가까스로 평온을 되찾는 듯하던 차에 5조원어치의 재정증권 발행계획이 발표됐다. 발행 규모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음에 따라 채권 매니저들은 주말 내내 걱정에 휩싸였다. 금리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경부 국고국 관계자는 지난 28일 기자실에 내려와 "재정증권은 91일짜리 단기물이기 때문에 지표금리(3년만기 국고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시장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주 금리상황을 보면 재경부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딜레마에 빠진 재경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재경부가 이처럼 오락가락하게 된 주 원인으로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꼽고 있다. 갈수록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원·달러 환율을 붙들어매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통한 개입자금 확보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늘어나는 채권공급량을 감당하기엔 채권시장의 수급상황이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재경부의 요즘 행보를 보면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두 아들로 둔 부모 이야기가 연상된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