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개발연구원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2월3일 서울에서 강연회를 갖는 오다케 요시키(大竹美喜) 일본 아메리칸패밀리 생명보험(AFLAC) 창업자(66,현 최고고문)는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속에서 기업의 리더는 사물의 "겉모습"이 아닌 "실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974년 일본AFLAC를 설립한 오다케 고문은 일본 재계에서 자수성가형 경영자로 꼽히는 대표적 인물.일본에서는 이름조차 없던 "암보험"의 장래성을 알아채고 회사를 만들어 매년 두자릿수 성장이라는 신화를 일궈냈다.


"당시 주변 지인들에게 암보험 판매 계획을 설명했으나 90% 이상이 반대했다"고 회고한 그는 "누구도 하지않은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사업 기회가 있었으며 성공 확률이 높다고 확신했다"고 털어놓았다.


AFLAC는 설립 40주년인 지난해 보유 계약건수 1천7백만건을 돌파,개인보험 분야에서 일본생명을 제치고 업계 정상에 올라섰다. 86년 사장에 취임한 후 2003년까지 회장을 지낸 그는 현재도 개인 약정에서 매년 사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한국에서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인 오다케 고문은 "정보기술(IT) 발달로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정보가 넘쳐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훌륭한 경영자는 미래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갖고 추진하는 실천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하루 30분 정도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3자적 시각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평가하고 반성하라는 주문이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사업은 혼자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좋은 사람과 만나고,주변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21세기 경영자는 전직원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참여 경영'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해 비즈니스에 성공한 것 같다"는 오다케 고문은 "경영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딪치고 실패도 있지만,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리스크를 질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며 "신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오고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힘주어 말했다.


1939년생인 오다케 고문은 원폭투하로 패전 상처가 가장 컸던 히로시마에서 배고픔을 겪으며 소년기를 보냈다. 16세에 소설가를 꿈꾸며 가출한 뒤 신문판매원 생활을 하면서 고학으로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그 뒤 패전을 안겨준 미국의 실체를 체험하기 위해 21세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세례를 받고 아프리카 오지인 콩고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다가 내전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등 극적인 삶을 살았다.


방황 끝에 32세에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든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야심과 행동하는 용기만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도전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말을 달라고 하자 선뜻 "겸양"이라고 대답했다. 주변의 사람이 모두 나의 스승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면 배우는 게 많고,자연히 사람들이 따라온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어 "영원한 기업은 없다"면서 "회사가 잘 나갈 때 일수록 경영자는 겸손하게 미래에 대비해야 큰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경영의 실패를 예방하는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다케 고문은 또 경영자를 꿈구는 젊은이나 사원들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냉철하게 자문한뒤 '약점'과 '장점'을 분석하고 미래에 대해 준비하라고 제언했다.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돼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는 그는 "삼성같은 우수한 기업이 나타난 것처럼 한국은 이미 일부 분야에서 세계수준에 올라섰다"면서 "좋은 기업들이 더욱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경제 전망과 관련,"국가든 기업이든 굴곡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최근 한국경제가 어렵지만,미국이나 일본처럼 경제난을 이겨내고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라며 자심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오다케 고문은 이어 "서양의 시대는 지나갔으며,21세기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이 리드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의 경영자들이 장점을 서로 배우고 도와주면 세계 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좋은 표준방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경제 전망에 대해선 "일본은 아직도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 "내수 주도로 경제 체질이 바뀌고 고령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성장 산업과 일자리가 생겨나야 본격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