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갱년기 치료에 쓰이는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 제제가 유방암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건강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물성 에스테로겐은 설을 앞두고 선물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석류 콩 등을 원료로 한 이들 제품은 시중에 1백여가지가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건강 식품에 함유된 에스트로겐은 의학적으로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성 호르몬을 함유한 건강식품이 여성 갱년기의 증상에 과연 효과가 있는지 알아본다. ◆폐경기는 갱년기의 한 증상 여성 갱년기란 폐경을 전후한 10년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생리가 없어지는 폐경기는 50세를 전후해 시작되므로 대략 45∼55세 사이의 여성들이 갱년기에 있다고 보면 된다.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체내 요구량에 미치지 못해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 시기에 나타나는 정신적 신체적 무력감을 갱년기 증상이라고 한다. 갱년기 급성증세로 꼽히는 안면홍조 야간 발한 불면 등은 주로 폐경기 전후해 3∼4년 동안 일어난다. 우울증,신경과민,집중력 저하,기억력 감퇴,의욕 상실 등의 증상도 비슷하다. 성교통,성욕감퇴,질 건조 등도 흔히 나타나는 증세로 폐경이 시작되고 1∼2년 뒤에 생긴다. 피부 위축,관절통,요실금도 이 맘때 주로 발생한다. 골다공증과 뇌혈관질환은 만성후유증으로 꼽히는데 대부분 폐경기가 시작된지 7∼8년 뒤에 나타난다. ◆호르몬 대체요법 유방암 뇌졸중 유발할 수도 호르몬 결핍이 원인인 여성갱년기를 치료하기 위해 호르몬을 외부에서 투여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60년대에는 에스트로겐만 투여하다가 70년대 들어 난소에서 함께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투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난 2002년 호르몬 대체요법(HRT)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HRT의 효능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HRT가 골다공증 얼굴홍조 질건조증 등에 효과가 있으나 장기 복용할 경우 뇌줄중은 1.41배,유방암은 1.26배,심장발작은 1.29배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등의 많은 여성들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유방암 검사를 받는 등 소란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부작용이 대폭 줄어든 호르몬 제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의사의 진단을 통해 적절하게 호르몬 치료를 받을 경우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하고 있다. ◆석류 콩 등에는 에스트로겐 극소량 함유 호르몬 제제가 유방암 등을 일으킨다고 알려지면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건강식품이 인기다. 그러나 천연 여성호르몬은 약물로 복용하는 용량에 비해 함량이 극히 적어 HRT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의들은 설명이다. 안면홍조 등과 같은 일부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갱년기 증상 전반을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석류씨 1㎏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10∼18㎎ 함유돼 있다. 그러나 갱년기 치료제를 대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석류를 씨까지 남기지 않고 7백∼8백개를 먹어야 호르몬제 한 알 먹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도움말=윤병구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