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LG그룹에서 법적으로 계열분리됨으로써3대에 걸쳐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구-허씨 집안의 동업관계가 마침표를 찍었다. 두 집안의 동업은 해방 직후인 1947년 LG그룹의 모체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창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장인인 고 허만식씨의 6촌이자 만석꾼이었던 고 허만정씨가 당시 사돈가의 젊은 사업가였던 구인회 회장에게 출자를 제의하면서 자신의 셋째아들(고 허준구 LG건설 전 명예회장)의 경영수업을 의뢰한 것. LG화학 창립 직후 구인회 회장은 허 전 명예회장을 영업담당 이사로 기용하면서구.허씨 가문은 LG그룹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허 전 명예회장의 형제들도 경영에 합류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두 가문의 동업은 고 구인회-고 허정만씨, 구자경(LG명예회장)-고 허준구씨, 구본무(LG회장)-허창수(LG건설 회장)씨에 이르기까지 57년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두 집안은 서로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고 합리적 원칙에 바탕을 둔`인화'를 강조하면서 큰 불협화음 없이 대를 이어 성공적인 경영을 일궈왔다. 고 허준구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은 50년간 한 직장에서 지낸 둘도 없는 동료이자 친구였지만 허 회장은 회사에서 만큼은 구 회장에게 더할 나위 없이 깍듯했다고 한다. 허 회장은 구 회장보다 두살이 많고 LG 경력도 4년 많았다. 이런 정신은 계속 이어져 지난 95년 2월 구본무 회장이 취임할 때 구자경 회장은 물론 허준구 당시 LG전선 회장, 구태회 LG고문, 구평회 LG상사 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구두회 호유에너지 회장 등이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화합정신은 2002년 7월 허준구 회장이 작고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5일장 내내 빈소를 지켰고 일본 출장중이던 구본무 회장도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하는 등 구씨 집안도 상가를 떠나지 않아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은 구.허씨 상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집안의 인화정신은 작년 7월 LG그룹과 GS그룹의 지주회사인 ㈜LG와 ㈜GS의분리 당시 분할비율인 65대 35로 이어졌다는게 LG와 GS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G의 인화정신을 두고 최종태 서울대 교수는 한국경영사학회 연구총서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고의적 잘못을 해도 정으로 감싸는 어정쩡한 가족주의나 온정주의가 아니라 서로 합의한 원칙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 지킨다는 엄정한 책임의식이전제돼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