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朴志晩)씨는 항상 `누구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었다. 최근 들어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하나뿐인 남동생이라는 점도 세간의 관심을 보태는데 한몫을 했다. 그런 박지만씨가 최근 누나인 박 대표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언급했다. 26일자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러나 흔히 얘기할 수 있는 `덕담'과는 거리가 있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만씨는 박 대표의 정치를 지켜보고 있는 소회에 대한질문을 받고 "누나가 굉장히 고생하고 있어요. 제가 볼 때는 참 안됐지요. 정치를안했으면 편하게 사실텐데. 하지만 누나가 정치를 하고 있으니 잘 되길 바랄 뿐이죠"라고 말했다. 눈길을 끈 것은 다음 대목이었다. 그는 "누나는 차기 대선에서 자기보다 더 잘하는 인물이 있으면 물러날 준비도 되어 있어요"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2007년 대선을 향해 이제 막 신발끈을 고쳐매고 본격적으로 뛰려고 하는 박 대표에게 의외의 발언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저는 누나를 믿고 있어요"라며 자기 발언에 `확인도장'까지 찍었다. 물론 `자기(박 대표)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박대표로선 섭섭하게 들릴 수 있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의 발언은 공교롭게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과거사 문제를놓고 박 대표를 겨냥한 여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때 터져나와 정치권에 미묘한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 한나라당내에선 이대로 가면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는 뒤집어 보면 현재 당내 대권주자 중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박 대표에 대한 `불가론'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이다. 물론 당의 변화와 개혁, 자성을 촉구하는 `경고'의 메시지인 측면도 강하지만당내에선 "과연 박 대표로 정권창출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있다. 여권 핵심인사들도 "박 대표라면 차기 대선에서 누가 후보로 나오더라도 승리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얼마전 이해찬(李海瓚) 총리도 공개적으로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박 대표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지도자'라는 긍정적 평가뿐만 아니라 `독재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 ▲여성 정치인이자 정치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이유를 들어 박 대표가 비록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을 기반으로 한 무시못할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로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3공화국 과거사' 문제와 관련, 박 대표에 대해`과거'와 단절하라는 당내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로선 과거와의 단절이 한편으로는 부친인 박 전 대통령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단을 내릴 수도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표의 최종 목표가 대통령이 아닐 수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대통령 보다는 참다운 정치인이 되겠다는 자세로 정치에 임하고 있을뿐이며 대선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지난 17대 총선에서 구원투수로 등판돼 한나라당을 구한 데 이어 한나라당이정권을 탈환하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당 대표를 맡은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밀알론'이다. 이같은 `밀알론'은 박 대표가 국가보안법 등 대여협상이나 행정수도이전 논란등의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자신의 이미지 훼손이라는 불이익을 감내하면서까지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박 대표가 측근정치를 통해 자신의 당내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통상의 유력정치인들과는 다른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는 어떻게 하면 국민이 좋아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원칙까지 포기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보통의 정치인들처럼 매사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