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7년2개월만에 1천30원 아래로 추락함으로써 1천원선의 하향돌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하락한 1천28.70원에마감돼 1997년 11월18일의 종가 1천12.8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요구한데다 중국도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원/달러 환율이 그동안의 저지선이던 1천30원이 맥없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달러약세 기조와 함께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은 물론 1천원선 하향돌파 가능성마저 높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점치고 있다. ◆저항선 1천30원이 쉽게 뚫린 까닭은? 부시 대통령의 한마디가 결정타였다는 것이 시장의 일치된 목소리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집권 2기의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위안화 고정 환율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중국이 다음달초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에서 위안화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타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떨어진것이다. 환율은 지난해 12월31일 1천40원대가 무너진 후 1월들어서는 한때 1천50원선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이후 몇차례 1천30원의 하향 돌파 시도가 있었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이도 시장내부에서 1천30원을 강력한 저항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 저항선이 가볍게 무너져 시장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1천원 하향 돌파 가능성은 당국은 일단 구두개입을 통해 속도조절을 모색하고 있으나 하락세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구길모 과장은 "월말이라 달러 매물도 많고 시장은 현재의 환율이아직은 바닥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되면 1천원 밑으로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1천20원 아래로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1천원도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해외투자기관들이 올해 1.4분기중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대까지 추락할 것으로보고 있으며 원화와 엔화의 동조현상을 고려한다면 1천원선도 붕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절상 현실화하나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는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그시가가 언제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다음달초 G7 회담이 그 시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위원은 "G7 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가 논의되더라도 자존심이 센 중국 정부가 외부적인 압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은 늦어도 2006년 상반기까지는 현행 고정환율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외환정책을 변경, 올해말이나 내년 중반까지 10% 안팎의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구길모 과장은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되면 1천원 밑으로 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G7회의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나누는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환율이 크게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민간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G7회담에서의 위안화 절상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그 내용은 지난해 작년 10월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환율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입장을 밝힌 수준에서 크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분간 현재의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