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예산처 사의 배경] "내 역할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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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은 사의배경에 대해관심이 쏠리고있다.
청와대는 사의를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운 입장을 정리했으면서도 김 장관의 태도를 의미있게 받아들여 일단 "사표가 정식으로 제출되면 수리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년단위로 예산편성 업무가 진행되는데 2월부터 시작되는 새업무 시작을 앞두고 업무처리상 지금이 물러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어서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기획예산처의 경우 차관과 1급인사에서 적체가 심하다"며 "예를 들어 행시 21회의 경우 다른 부처에서는 차관까지 나왔으나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 있는 예산처에서는 인사가 밀려 제 능력을 발휘못하는 후배들도 많다"는 용퇴 배경 설명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였다.
김 장관은 또 "업무적으로도 예산 '톱다운 배정방식' 등을 도입 집행해 나름대로 보람도 있다"며 "자기의 역량이 남보다 나을 때는 그 자리에 있을만하지만 후배 등 다른 누가 더 잘할 것 같으면 과감히 물러나는 것도 자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정말 열심히 했고 앞으로 1년을 더 할 힘이 없다"며 "연초에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나 올해 예산이 지난해 12월31일 밤 늦게 통과돼 이에 따른 집행계획을 급히 세우다 보니 지난 4일 발표된 개각 때 (사의)타이밍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획예산처 국세청 관세청 등 일부 경제 부·처·청에서는 인사적체가 심해 중견공무원들이 갑갑해하고 있으며 업무에서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들어왔다.
실제로 청와대 산하 모 위원회에서 1년6개월 근무를 마친 H국장의 경우 최근 원 직장인 기획예산처로 돌아가려 했으나 보직이 마땅찮아 1년간 국장교육으로 다시 파견나가게 되는 등 일부 부처에서는 인사가 상당히 막혀 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서는 청와대에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아온 김 장관의 용퇴에 대해 "아쉽다.
그러나 신선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장관은 3년 전 차관직에서 물러날 때도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다.
과거 경제기획원에서 관료생활을 주로 해온 그는 '선비형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후임으로 유력하게 하마평에 오르는 변양균 차관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차관급 가운데서는 손꼽힐 정도로 친한 경제관료다.
과거 민주당에 파견나가면서 노 대통령과 가까워졌다는 후문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