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나 제약업계에서 연간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지칭하는 '블록버스터'는 10년 공부의 결과다. 더구나 통상 10년의 세월을 거쳐 신약이 시장에 나오지만 블록버스터의 반열에 오르는 약품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블록버스터의 꿈이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체들은 영화사들과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 제약업체들의 연구실이 당신이 잠든 한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은 고대의연금술, 현대판 `단(丹)' 처럼 블록버스터의 유혹이 달콤하기 때문이리라. 스위스의 바젤에 자리잡고 있는 다국적 제약업체인 노바티스는 이런 제약업계의가열찬 경쟁 환경 속에서도 블록버스터를 속속 내놓고 있다. 노바티스는 지난 19일 2004년도 실적 발표를 겸해 바젤 본사로 각국 기자를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는 전세계 수십개국에서 200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참석해 회사경영진들이 벌이는 한 판의 '약장사'에 귀를 기울였다. 노바티스의 2004년 매출은 282억 달러. 회사측은 향후 두자릿수의 매출 성장률과 함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4.42%에서 4.50%를 늘릴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계열사인 산도스만이 부진했을 뿐, 대부분의 사업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무디스와 같은 세계적 신용평가회사로부터 '트리플 A'로 대우받고 있는 기업다왔다. 그러나 노바티스의 기자회견에서 돋보인 것은 복잡한 수치보다는 블록버스터였다. 이 회사는 이미 디오밴과 라미실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두 약품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1%와 59%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로트렐과 엘리델, 젤놈 등도 노바티스의 기대대로 블록버스터의 반열에 접근하고 있는 상태. 특수의약품에서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과 소메타, 네오랄 등이 톱 랭킹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블록버스터가 시간이 지날 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도 노바티스가 가진 낙관론의근거다. 지난 2000년에는 1개 뿐이었으나 2004년에는 5개로 늘어났고 2008-2009년에는 7개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리먼 브러더스가 세계적 제약업체를 대상으로 향후 파이프라인(개발중인 신약)을 평가한 결과, 노바티스는 영국의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과 미국의 화이자, 존슨앤 존슨, 사노피 아벤시트 등 업계 1-4위 주자를 앞질렀다는 것. 노바티스의 파이프라인은 현재 79개이며 이 가운데 34건은 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PTK787'와 'LAF237', 'SPP100', 'QAB149'등. 당뇨병과 고혈압, 천식, 결장암을 겨냥한 약품들이다. `AMN107'은 특히 글리벡에 저항을 가진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회사측이 선전하는 효과를 100% 믿는다면 앞으로 한국 드라마 주인공을 백혈병으로죽이는 드라마의 설정은 힘들어질 듯하다. 다른 세계적 제약업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노바티스의 강점은 역시 연구와 개발(R&D)에 있다. 2003년의 R&D 투자액은 전체 매출의 약 19%. R&D 투자규모로는 세계제약회사중 2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노바티스의 중역들이 각각 담당 사업부분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의 기회를 가졌고 다니엘 바셀라 회장도 서두와 종결 부분에서 행한 발언을 통해 누차 강조한 화두는 바로 '혁신(innovation)'이었다. (바젤=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