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삼성·LG전자 등은 가격전쟁 여파로 지난해 중국 내수시장에서 첫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자동차 등도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 가전사업(IT사업 제외)은 제3국으로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냈지만 내수 부문은 중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지 10여년 만에 처음 적자로 반전했다. 이는 현지 토종기업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대대적인 추격에 나서면서 영업이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V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대다수 가전 주력 품목들의 영업이익률은 3%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플라스틱 등 원자재 가격이 70% 이상 오른 데 반해 제품 평균 가격이 오히려 하락한 것도 적자 요인이다. 삼성 LG는 이에 따라 올해 중국 가전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키로 하고 중국 현지 업체들과의 정면 승부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손해를 보고 파는 출혈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삼성전자는 볼록TV VCR 8mm캠코더 전자레인지(일반형 기준) 등 4개 품목의 현지 생산을 내년 말까지 중단,주력 제품을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완전 전환키로 했다. LG전자 역시 중국 업체들과의 무리한 경쟁을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디지털TV,양문형 냉장고,다기능 전자레인지 등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적자는 아니지만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현대·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3년 약 25%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한자릿수로 낮아졌다. 올들어서도 도요타 등이 앞다퉈 가격을 인하하고 있어 수익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오상헌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