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의 '취업장사'가 이미 십수년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조직적 비리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갈수록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채용에 개입하고,회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노조측에 신입사원 채용인원을 할당해주면서 노조간부가 거액의 돈을 챙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이같은 비리를 미리 알고도 대책마련에 늑장을 부리다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집행부가 사퇴한 기아차 본부 노조의 심각한 도덕불감증에도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이같은 사태가 근본적으로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대기업 노조의 회사 경영에 대한 간섭이 도를 넘어 경영권이나 인사권을 아예 무력화시키는 지경에 이른데서 비롯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아차만 하더라도 공장이전 및 통폐합,라인이전시 인력재배치,신차종 신기술 도입에 따른 작업환경변경 때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회사경영에 큰 손실을 끼친 직원에 대한 징계도 노조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작업안전과 품질개선을 위한 라인스톱제도 노조가 걸핏하면 공장가동 중단을 위협하는 무기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한다. 문제는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비단 기아차에서만 벌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강성으로 알려진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들이 권력기구로 변질돼 회사의 고유권한인 경영권은 물론 인사문제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불거진 기아차 노조의 문제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 노조의 탈법적 권한행사와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아차 외에 다른 대기업 노조의 비슷한 사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노조의 힘을 과도하게 키워 기업경영권마저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도록 돼있는 노동관계법의 정비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더 이상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 끌려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원칙을 지켜 보다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립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동계는 이번 일에 대한 엄정한 자기반성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핵심적인 경제주체의 하나로서 대화와 타협으로 경제난국 극복에 동참하지 않으면 존립기반마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