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산업혁명' 한국만 불모지..정부 '고령화산업 육성' 왜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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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인 전용 임대주택건설 등 고령친화산업을 적극 육성키로 한 것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치러할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고령친화산업 전망은 밝다.
우리사회에 '돈있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산업을 육성할 정부부처간 유기적인 협력체계,민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마련 등이 아직 미비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화의 위기,위협이자 기회
최근 통계청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져 당초 예상보다 1년 빠른 2018년께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14%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저출산과 맞물린 '고령화'는 노동인구 감소,경제활력 저하,노인 부양을 둘러싼 세대갈등을 촉발하는 등 숱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고령화는 새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도 동시에 제공한다.
삼성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일본의 개인금융 자산 1천2백조엔 가운데 70%가량을 65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전조가 보인다.
정부가 '고령친화산업 개화원년'으로 삼겠다고 한 2008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인구 10명당 1명꼴이 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지급받는 계층이 4백만명을 넘어선다.
경제력을 갖춘 '신(新)노인층'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고령친화산업 전망
정부는 고령친화산업으로 △주거 △금융 △요양 △기기 △정보 △여가 △주택 △한방 △농업 등 8개 부문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금융부문의 경우 역모기지 상품이나 자산관리,민간 건강보험 등 노인층을 겨냥한 금융상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역모기지 상품은 노인들이 주택을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대출받고 사망한 뒤에 집 소유권을 금융회사에 넘기는 상품.노인 단독 가구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늘어나리라고 예상되는 대표상품이다.
2012년까지 1백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국민 임대주택 중 일부를 노인전용으로 돌려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자산관리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취득이 가능하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고령친화산업 육성으로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김용익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은 "고령친화산업으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가 적게 잡아도 2002년 17만명에서 2010년 41만명,2020년에는 66만명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내 실버산업 시장규모가 2002년 약 6조4천억원에서 2010년 약 31조원,2020년 약 1백1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대한실버산업협회 김한옥 회장은 "실버산업은 수요·공급자가 주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년층과 중소기업이어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실버용품의 경우 이미 일본이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민·관 공동으로 산업육성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제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망과 과제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부가 '종합로드맵'을 내놓기는 했지만 현재 준비상태는 '전무'하다.
관련 부처가 보건복지부,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등으로 분산돼 종합대책 마련이나 유기적인 지원체계가 미비한 형편이다.
당장 올해 고령친화산업 관련 예산만 해도 산자부,복지부 등 극히 일부에만 반영돼 있을 뿐이다.
산업 지원 시스템도 턱없이 부족하다.
예컨대 의료기기 상용화를 위한 제조(수입) 품목허가의 경우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80일),기술문서 심사(65일) 등에만 4개월 이상을 잡아먹힌다.
이에 대해 노인문제연구소 홍미령 소장은 "한 정부에서 끝낼 문제가 아닌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의지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