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19일 '브랜드 경영 원년'을 선포한 것은 브랜드 육성을 통해 세계 5대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최고경영자의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품질 경영을 통해 세계 각 시장에서 급성장하고는 있지만 브랜드 가치를 도요타 등 경쟁 업체들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것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생각. 정 회장이 이달 초 시무식에서 '고객을 위한 혁신'이라는 기치를 새롭게 내건 것도 지속적인 품질 향상과 함께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자는 취지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대·기아 고유의 색깔을 찾겠다' 현대·기아차가 15개월 동안의 준비를 거쳐 브랜드 전략을 발표한 것은 품질 경영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브랜드 파워에서는 아직 세계 일류 메이커에 크게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가 브랜드 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와 함께 조사해 발표한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20위권 내에 도요타(9위) 메르세데스벤츠(11위) BMW(17위) 혼다(18위) 포드(19위) 등이 포진해 있었다. 이에 반해 현대·기아차는 '값은 싸지만 품질은 상대적으로 좋은 차'라는 이미지 말고는 내세울 만한 색깔이 정착되지 않았다. 그 결과 국제 품질 평가에서는 도요타와 당당하게 경쟁하면서도 브랜드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품질과 가치 평가에 대한 갭을 없애야 세계 무대에서 경쟁사들과 떳떳하게 싸울 수 있다고 보고 브랜드 이미지 육성에 나선 것이다. ○현대-기아 브랜드 차별화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경영을 추진하되 양사가 별도의 컨셉트를 지닌,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실제로 해외 시장에서는 양사간 제품이 차별화되지 않은 탓에 양사 딜러들이 차를 파는 데 혼선을 겪는 등 해외 마케팅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양사는 같은 언더보디를 기본으로 하더라도 디자인과 이미지는 완전히 다른 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균형잡힌 현대인이 선호하는 차'를 만들고 기아차는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차'를 만든다는 게 기본 컨셉트다. 현대차 관계자는 "양사간 협력과 경쟁체제를 함께 도입함으로써 글로벌 역량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에 과감한 투자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가능한 자원을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시일 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려면 모험에 가까울 정도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현대차는 월드컵 등 세계 주요 스포츠대회의 스폰서십 확보전에 보다 적극 뛰어드는 한편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실질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2006년까지 글로벌 브랜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짙게 풍기는 특색 있는 자동차를 매년 3∼4대씩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전략 지역에서 특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별 브랜드 전략도 곧 확정할 계획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