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 사망사실이 알려진 17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거리는 별다른 동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은 채 평온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현장인 톈안먼 광장도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홍콩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광장 앞 국기 게양대에는 이날 중국을 방문한 버티 어헌 아일랜드 총리를 환영하기 위해 아일랜드 국기가 중국 국기와 나란히 게양돼 있는 가운데 톈안먼 입구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복 차림의 공안요원 2명이 길 양쪽에 서 있었다. 톈안먼 광장과 건너편의 인민대회당, 마오쩌둥(毛澤東) 기념관, 국가박물관 등주변에는 행인들이 평소처럼 기념사진을 찍거나 주변을 관광하고 있었고 곳곳의 횡단 보도에 배치된 교통경찰 외에 경비를 강화하는 공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시위사태 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경찰이 행인들을 통제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톈안먼 광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자오쯔양의 사망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다"면서 "이미 역사의 저편으로 떠난 지 오래 된 인물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40대 남성은 "자오쯔양이 중국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별로없다"며 그의 사망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1일 홍콩의 일부 언론을 통해 자오쯔양의 사망설이 보도됐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을 당시에도 베이징 시민들은 그의 죽음에 별 관심을 보이지않아 그의 사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외국 언론과 대조를 이뤘다. 당 중앙기구와 주요 정부기관이 모여 있는 중난하이(中南海) 주변에도 경비가강화됐거나 일반인 통행이 통제되는 등의 조치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이밖에 외교단지가 있는 산리툰(三里屯)과 창안제(長安街), 베이징 1번가인 왕푸징(王府井)에서도 자오쯔양 사망 이후 눈에 띄는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