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세계 자원전쟁] <11> 포스코, 해외광산 개발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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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참,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지난해 11월 중순.호주 동부의 시드니에서 서부의 퍼스로 이동하는 비행기 좌석에 앉은 포스코 호주현지법인(POSA)의 철광석 담당 박중석 차장의 표정은 무척이나 난감해 보였다.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현지 철광석 가격전망과 구매전략을 알려달라는 본사의 전화에 선뜻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거래처들은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물량부터 확보하라"고 귀띔을 해줬지만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급처의 "허풍"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고민스러웠다.
퍼스에서 포스코가 투자한 뉴먼광산까지 이동하는 도중에도 그의 휴대폰 벨소리는 쉴새없이 울렸다.
그 중에는 POSA가 내밀하게 고용하고 있는 사설 정보원의 전화도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대답을 미룰 수 없다고 보고 본사에 일단 중간보고를 했다.
"물량 확보가 시급한 과제지만 가격 협상에는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는 요지였다.
비슷한 시각,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브라질로 날아가 있었다.
이 회장은 브라질리아에서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인 CVRD사와 10년간 1억t 규모의 철광석을 장기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현지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도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런 이 회장이 호주를 전격 방문한 것은 브라질 협상이 마무리된 지 불과 20여일 지난 12월 초.포스코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과 철광석 구매계약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계약은 오는 2007년 3월 끝나는 기존 5년 장기 계약을 미리 대체한 것으로 포스코는 2007년 4월부터 2017년 3월 말까지 10년간 1억2천5백만t을 BHP측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포스코가 이처럼 메이저 자원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서두르고 나선 배경은 안정적인 원료 기반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중장기 전략인 글로벌 생산기지 확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포스코는 이미 브라질뿐만 아니라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상태다.
포스코의 원료 확보 전략은 크게 두 가지.하나는 대형 광산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분 합작을 통해 해외 자원 개발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해외 원료 개발 투자를 통한 직접 구매 비율을 지난해 12%에서 오는 2009년까지 27%로 높이고 장기 구매계약 비율은 현행 80%에서 88%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해외 광산 개발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폭발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정도로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게다가 해당 광산 개발이 끝날 때까지 기간에 제한없이 물량을 받을 수 있는 장점까지 있다.
포스코는 현재 호주와 캐나다의 일부 광산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지만 현지 합작 대상을 늘리고 지역도 뉴질랜드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철광석과 유연탄 개발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곳은 역시 호주다.
그 가운데서도 지난 2003년 1천5백만달러(호주달러 기준)를 들여 20%의 지분을 확보한 서호주 뉴먼의 '포스맥(POSMAC)' 광산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이 합작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총 7천5백만t의 철광석을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 연간 철광석 수요량(4천만t)의 두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지난해 포스코가 이 광산에서 가져온 철광석은 전체 생산량(1천3백60만t)의 7.4%에 해당하는 1백만t.게다가 7백70만달러를 배당받아 초기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회수했다.
최근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올해 사업분에 대한 배당금은 1천3백만달러,2006년 배당금은 1천5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 수익률이 1백%에 육박하는 고수익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지난해 9월 지분을 확보한 퀸즐랜드의 폭슬리 광산 역시 사업 첫 해인 올해 2백50만달러 이상의 배당이 예상된다.
포스코는 이 광산에서 연간 1백만t 이상의 질 좋은 연료탄을 광맥이 고갈될 때까지 제공받기로 했다.
뉴사우스웨일스에 자리잡고 있는 마운트솔리 광산에서도 생산량 3백70만t 중 40%가 넘는 1백60만t을 들여오고 있다.
이 광산 책임자인 킴 트러터 소장은 "마운트솔리는 채굴을 허가받은 면적 내에서 향후 18년 동안 석탄을 캐낼 수 있지만 광산 전체 매장량은 무궁무진하다"며 "포스코와는 전통적으로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캐나다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는 캐나다 최대 석탄 생산업체인 EVCP 계열 그린힐스광산에 지난 82년 지분 20%를 투자했다.
포스코가 여기에서 얻는 유연탄 물량은 연간 1백50만∼1백60만t에 이른다.
캐나디안로키 남서쪽 엘크강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이 광산은 해발 2천m에 있는 노천광으로 정탄 기준 1억1천3백만t이 매장돼 있다.
앞으로도 25년 이상 채굴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는 또 지난해 말 EVCP의 또 다른 계열인 엘크뷰광산의 지분 2.5%를 인수,고품질의 유연탄을 연 70만t가량 추가 확보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자원 개발에 워낙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일본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지분 투자가 아니라 광산을 통째로 사들이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뉴먼(호주)=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