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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미국식조정제 추진 "범죄 인정하면 형량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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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인정하세요. 그러면 과실치사 정도로 검찰쪽과 협상해볼게요." "난 절대 안죽였다니까요." "부인과 금전문제로 심각한 불화를 겪은 증거를 검찰이 수집하고 있어요. 자칫 일급살인죄로 몰리면 평생 감방에서 살아야 합니다." 부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한 남자가 변호사를 독대한 자리에서 결백을 주장하는 외국영화의 한 장면. 변호사는 수사관을 물린 뒤 '일단 살인은 인정하고 검찰과 형량을 협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피의자를 설득한다. 갈등하는 피의자가 탁자에 이마를 짓찧는다. 외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Plea Bargaining)'이 국내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최근 이 같은 형태의 '사전형량조정제도'와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Immunity)'를 도입키로 하고 입법화를 위한 연구작업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플리바게닝이란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는 대신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미국에선 형사사건의 90%가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캐나다 등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 결정적 증언을 해줄 경우 해당범죄 연루혐의나 다른 죄를 면책해주는 것이다. 김주현 대검 기획과장은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로 변환하기 위해 검사 1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편성했으며 올 상반기 중 외부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각계 의견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제도가 도입되면 뇌물 마약 조직폭력 등 증거 확보가 힘든 범죄피의자의 자백 확보가 비교적 쉬워 수사가 신속해지고 수사진척이 없는 사건에 대한 증언 및 증거 확보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강압수사가 줄어들어 피의자 인권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공확률이 불확실한 증거채집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수사인력과 비용낭비를 막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실제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기소여부와 수위 및 방식을 검찰만이 결정하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가 이미 주어진 상황에서 플리바게닝권까지 확보할 경우 검찰권이 남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 실제 최근 박지원 권노갑씨 뇌물수수 사건에서 검찰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아 '플리바게닝'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봐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사채업자 김영완씨에게도 불구속을 조건으로 귀국을 종용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플리바게닝 의혹이 불거졌었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한국에 군사정보를 넘겨줬다는 스파이 혐의로 구속된 '로버트 김' 사건에서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하고도 실제로는 최고형량을 구형함으로써 피의자만 이용당했다는 시비가 일었다"며 "국민들의 법감정과 정서에 부합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도입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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