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에 쪼그려 앉아 빨래하는 아낙네들과 그 옆에서 뛰노는 아이들,가슴을 드러낸 채 함지박을 인 아주머니,다닥다닥 무질서하게 들어선 판잣집과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이층 대폿집들,그리고 취객의 젓가락 장단에 맞춰 주모가 부르는 유행가 몇 곡조….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집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판자촌 풍경이다.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이 지난 7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던 이 '판자촌 시대'를 해학적 필치로 되살린 풍속화집 '고바우 김성환의 판자촌 이야기'(열림원)를 내놓았다.


해방 직후의 남대문시장 풍경부터 한국전쟁 발발과 피란 행렬,피란지 대구와 부산에서의 고단한 삶,전후 판자촌의 형성과 소멸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사라진 '그 때 그 시절'의 풍경들을 손에 잡힐 듯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가난하고 힘든 시대를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그려내고 그림 속 풍경들을 직접 설명한 점이 두드러진다.


시장의 고무신 장수와 노점상 여인,피란길의 애처로운 풍경,종로3가부터 동대문 밖까지 이어지는 청계천변의 판잣집 등 장면마다 세세히 뜯어보면 삶의 고단함보다는 웃음이 먼저 묻어나온다.


실제로 김 화백은 1951년 대구의 판자촌에서 피란생활을 했고 이 경험을 그대로 녹여냈다고 한다.


1백16쪽,9천8백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