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은행장은 13일 "내수침체 및 원자재값 급등,환율급락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가 심화돼 폭발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방에서 금융산업이 외국자본에 휘둘리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인 전체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행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속개된 '제8회 최고경영자 신춘포럼'에 참석,'2005년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와 기회'란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출시장 상황에 대해 "기업대출은 감소추세에 있고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올해도 기업 대출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연체율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최근엔 자산증가와 연체율 급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행장은 이어 "오는 2007년 신BIS협약이 도입되면 중소기업들의 신용위험도에 따라 금리 차이를 둘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취약한 중소기업의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대해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지원은 힘들 것"이라며 "앞으로는 우량한 중소기업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대출금리를 높이는 차별화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최근 통계상 중소기업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중소기업 범주에 대형 음식·숙박업이 포함된데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밝힌뒤 "제조 수출 부문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감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 행장은 토종은행의 생존전략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외국시장에서 일류기업들과 싸워 이기고 있는데 비해 금융업은 안방에서 외국자본에 휘둘리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인 전체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이 두드러지지만 국내 은행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성과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전산투자를 보완해 열과 성을 다하면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이 국내 금융회사의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냈지만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을 위축시키고 공적기능 수행이 떨어지는 등의 부정적 영향이 있는 만큼 장·단점을 헤아려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