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주당 1만6천원이 넘는 고가에 매각됨에 따라 이 은행의 전·현직 임원들도 1백억원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주당 4천∼6천6백원의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로버트 코헨 행장 등 제일은행 전·현직 임원 20명은 2000년 3월30일과 2001년 10월19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모두 2백22만1천5백29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행사기간은 부여일로부터 3년 후로 규정돼 있어 이들 20명은 지금 당장이라도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제일은행 전·현직 임직원 20명이 스탠다드차타드(SCB)의 인수가(주당 1만6천5백11원)를 기준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총 1백18억4천6백51만원의 행사이익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던컨 바커 부행장과 랜비어 드완 부행장은 각각 30만주를 주당 9천8백34원에,2만5천주를 1만2천4백97원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았기 때문에 각자 21억원 이상을 벌게 될 전망이다. 이수호 부행장과 현재명 부행장은 각각 17만5천주를 갖고 있어 11억1백85만원씩을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사외이사인 미키 캔터 전 미국 상무부 장관과 프랭크 엔 뉴먼 전 미국 재무부 차관이 각각 2억7천7백36만원,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이 2억1천2백86만원,이윤재 전 재경부 국장이 1억4천8백37만원,코헨 행장이 2억7천7백36만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스톡옵션 행사방식이다. 스톡옵션 보유자가 권리를 행사하려 할 때 제일은행은 크게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주식실물을 지급하고 그 처분은 당사자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 방법,시가와 행사가격(스톡옵션 보유자가 주식을 지급받을 때 적용받는 매수가격)의 차액만큼을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스톡옵션 보유자 입장에서는 차액보상방법이 훨씬 간편하고 현금화 비용이 들지 않아 유리하다. 문제는 행사방법을 선택하는 곳이 바로 스톡옵션 보유자들로 구성된 이사회라는 점.이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차액지급방식을 선택할 경우 사익을 위해 은행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