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터드은행(SCB)의 제일은행 인수를 계기로 은행주 재평가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SCB의 제일은행 인수가격이 순자산가치의 1.9배에 달해 현재 은행주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평균 1.1배)보다 높다는게 그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계약은 외국인들이 한국 은행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저평가 여부와는 별개로 SCB의 진출이 은행간 경쟁을 촉발,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은행주 재평가 계기될까 SCB는 제일은행을 주당 1만6천5백11원에 사들였다. 주당순자산가치(BPS)의 1.9배 수준이다. 이와 관련,UBS증권은 11일 "경영권 프리미엄을 15∼20%로 계산할 경우 이번 계약은 한국 은행들의 PBR가 1.5∼1.6배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재원 연구위원은 "국민 하나 우리 신한 등 주요 은행의 PBR는 0.9∼1.2배로 제일은행 매각가격보다 낮다"며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CSFB증권도 "글로벌 은행이 한국에 진출하는 자체가 은행업의 성장 잠재력과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번 계약은 은행산업의 장기적인 가치평가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은행주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CJ투자증권 유승창 연구위원은 "외국계가 은행권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면 그간 은행주의 할인요인이었던 공공재적인 성격이 퇴색해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골드만삭스증권은 "매각조건이 은행주의 리레이팅을 유도할 만큼 '깜짝'가격은 아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환경에서 SCB의 진출은 수익성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위원도 "경쟁심화로 소매금융부문의 수익성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 매물인 외환은행 몸값 상승 제일은행 매각계약으로 국내 은행 중 인수합병이 가능한 매물은 외환은행만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외환은행이 외국금융회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UBS증권은 "성장세 둔화에 직면한 글로벌 은행들은 외환은행과 같은 알짜 매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제일은행 인수전에서 막판 고배를 마신 HSBC가 즉각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다는 소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도 지분 51%를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인 4천2백45원에 인수했기 때문에 차익실현을 위한 지분매각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제일은행의 매각조건을 대입해 보면 외환은행 주가는 15∼20%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유승창 연구위원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있는 올 11월 외환은행의 BPS는 5천1백원대로 예상된다"며 "PBR 1.6배를 적용할 경우 주당 매각가는 9천7백원대"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1.78% 오른 8천6백원에 마감됐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