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세계 자원전쟁] <8> 석유公 등 베트남 해상서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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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따우가 관광지라구요? 요즘엔 석유 때문에 먹고 살죠.가 보시면 안다니까요."
운전기사의 말 그대로였다.
호치민에서 2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해안도시 붕따우는 남쪽 해상에서 "대박"을 찾아 나선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전진기지였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휴양지로 삼았던 이 곳 항구엔 시추선과 생산시설에 각종 장비를 나르는 보급선들이 출항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 사진 : 15-1광구 흑사자 구조의 생산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온 원유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2.4km 떨어진 부유식 해상생산설비(FPSO)에 저장된다. 사진은 FPSO에서 바라본 흑사자 구조 플랫폼. >
이곳 붕따우에서 남동쪽으로 1백45km.한국석유공사와 SK㈜가 한국 해외 자원개발의 역사를 고쳐 쓴 15-1광구 수투덴(흑사자)구조의 해상 플랫폼이 나온다.
흑사자구조에 박힌 6개 생산정에선 하루 평균 8만8천배럴의 원유가 솟구쳐 나오고 있다.
원유는 송유관을 타고 2.4km 거리에 떠있는 부유식 원유생산처리시설(FPSO)로 쉴새 없이 빨려들어간다.
웬만한 학교 운동장 2배 크기인 FPSO는 1백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5∼6일 마다 찾아오는 유조선은 FPSO에서 원유를 옮겨 싣고 중국 미국 등지로 떠난다.
"한국 지분(석유공사 14.25%,SK㈜ 9.0%)이 23.25%니까 하루 2만배럴이 우리 몫이죠."
김성훈 석유공사 베트남 지사장은 "일반적으로 투자액을 회수하는 데는 3∼4년이 걸리지만 흑사자에선 1년만에 투자비를 다 뽑았다"고 자랑했다.
지난 98년 이후 7년간 이 곳에 투자한 돈은 모두 1억8천2백만달러.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2003년 11월부터 작년 말까지 1억8천8백만달러의 배당금을 받았으니 1년만에 투자비를 전액 회수했다는 말은 전혀 허풍이 아니다.
김 지사장은 "바로 옆 수투방(금사자)구조에서 원유가 생산되는 2007년부터는 지금의 두 배 정도인 16만배럴이 나오게 된다"면서 "석유공사는 향후 20년간 10억달러 이상의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흑사자구조에서는 이미 6억배럴 이상의 매장량이 확인됐다.
금사자구조에서도 5억배럴이 넘는 매장량이 확인돼 15-1광구에서 뽑아낼 수 있는 원유량은 적어도 11억배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사자구조에서 원유가 생산되면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15-1광구는 베트남 최대 유전으로 올라선다.
국내 기업들이 흑사자구조에서 이처럼 짧은 기간에 투자금액을 전액 회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원유의 품질이 고급이다.
유황성분은 낮고(0.1% 미만) 원유비중도(API 36도)는 높아 판매가격이 두바이유(유황성분 1.3∼1.5%,원유비중도 28도)보다 배럴당 3∼4달러 비싸다.
반면 생산원가는 4달러에 불과하다.
고유가도 한몫을 했다.
석유공사와 SK㈜의 파트너인 코노코필립스의 앨런 헤스키 베트남지사 재무담당 매니저는 "요즘엔 배럴당 35달러선이지만 지난해엔 51달러에 판매한 적도 있다"면서 "15-1광구는 전세계 4만여 유전 가운데 1% 안에 드는 고수익 초대형 유전"이라고 말했다.
거제도 크기의 흑사자 및 금사자구조에 원유가 포함돼 있는 데 반해 15-1광구 내 또 다른 구조인 수투장(백사자)엔 1조∼6조입방피트의 천연가스와 1억배럴의 콘덴세이트(초경질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흑사자의 '유명세'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한 붕따우 남쪽 2백80km 해상의 11-2광구도 관심거리다.
이 광구는 한국 기업들로만 컨소시엄을 이뤄 해외 자원개발에 진출한 첫번째 사례다.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석유공사(지분 39.75%)를 비롯해 LG상사(11.25%),대성산업(6.93%),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삼환기업(각 4.87%),서울도시가스(2.43%) 등 한국 기업의 지분이 무려 75%에 이른다.
당초 계약에 따라 지분 25%는 지난달 베트남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베트남에 양도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2006년 10월 생산을 목표로 시추와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 건설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는 새로 놓일 60km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영국 BP의 기존 파이프라인으로 옮겨진 뒤 베트남 남부의 발전소와 비료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11-2광구의 가채 매장량은 천연가스 9천억입방피트(LNG 1천8백만t)와 콘덴세이트 2천3백만배럴.한국 컨소시엄은 내년 10월부터 하루 1억3천만입방피트의 가스를 23년간 생산할 예정이며,총 4억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탐사와 개발을 주도한 광구에서 잇따른 '대박'이 터지자 석유공사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세계 메이저들로부터 함께 신규 광구 입찰에 참여하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데다 베트남 정부도 한국기업들이 광구권 입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어서다.
김성훈 지사장은 "외국기업들의 러브콜이 많지만 가능하면 한국 기업들과 함께 신규 광구 입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오는 3월 입찰이 실시되는 베트남 남동쪽 해상 9개 신규 광구 중 한 곳에 가스공사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과 함께 참여,또 하나의 대박 캐내기에 나설 계획이다.
붕따우·호찌민(베트남)=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운전기사의 말 그대로였다.
호치민에서 2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해안도시 붕따우는 남쪽 해상에서 "대박"을 찾아 나선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전진기지였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휴양지로 삼았던 이 곳 항구엔 시추선과 생산시설에 각종 장비를 나르는 보급선들이 출항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 사진 : 15-1광구 흑사자 구조의 생산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온 원유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2.4km 떨어진 부유식 해상생산설비(FPSO)에 저장된다. 사진은 FPSO에서 바라본 흑사자 구조 플랫폼. >
이곳 붕따우에서 남동쪽으로 1백45km.한국석유공사와 SK㈜가 한국 해외 자원개발의 역사를 고쳐 쓴 15-1광구 수투덴(흑사자)구조의 해상 플랫폼이 나온다.
흑사자구조에 박힌 6개 생산정에선 하루 평균 8만8천배럴의 원유가 솟구쳐 나오고 있다.
원유는 송유관을 타고 2.4km 거리에 떠있는 부유식 원유생산처리시설(FPSO)로 쉴새 없이 빨려들어간다.
웬만한 학교 운동장 2배 크기인 FPSO는 1백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5∼6일 마다 찾아오는 유조선은 FPSO에서 원유를 옮겨 싣고 중국 미국 등지로 떠난다.
"한국 지분(석유공사 14.25%,SK㈜ 9.0%)이 23.25%니까 하루 2만배럴이 우리 몫이죠."
김성훈 석유공사 베트남 지사장은 "일반적으로 투자액을 회수하는 데는 3∼4년이 걸리지만 흑사자에선 1년만에 투자비를 다 뽑았다"고 자랑했다.
지난 98년 이후 7년간 이 곳에 투자한 돈은 모두 1억8천2백만달러.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2003년 11월부터 작년 말까지 1억8천8백만달러의 배당금을 받았으니 1년만에 투자비를 전액 회수했다는 말은 전혀 허풍이 아니다.
김 지사장은 "바로 옆 수투방(금사자)구조에서 원유가 생산되는 2007년부터는 지금의 두 배 정도인 16만배럴이 나오게 된다"면서 "석유공사는 향후 20년간 10억달러 이상의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흑사자구조에서는 이미 6억배럴 이상의 매장량이 확인됐다.
금사자구조에서도 5억배럴이 넘는 매장량이 확인돼 15-1광구에서 뽑아낼 수 있는 원유량은 적어도 11억배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사자구조에서 원유가 생산되면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15-1광구는 베트남 최대 유전으로 올라선다.
국내 기업들이 흑사자구조에서 이처럼 짧은 기간에 투자금액을 전액 회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원유의 품질이 고급이다.
유황성분은 낮고(0.1% 미만) 원유비중도(API 36도)는 높아 판매가격이 두바이유(유황성분 1.3∼1.5%,원유비중도 28도)보다 배럴당 3∼4달러 비싸다.
반면 생산원가는 4달러에 불과하다.
고유가도 한몫을 했다.
석유공사와 SK㈜의 파트너인 코노코필립스의 앨런 헤스키 베트남지사 재무담당 매니저는 "요즘엔 배럴당 35달러선이지만 지난해엔 51달러에 판매한 적도 있다"면서 "15-1광구는 전세계 4만여 유전 가운데 1% 안에 드는 고수익 초대형 유전"이라고 말했다.
거제도 크기의 흑사자 및 금사자구조에 원유가 포함돼 있는 데 반해 15-1광구 내 또 다른 구조인 수투장(백사자)엔 1조∼6조입방피트의 천연가스와 1억배럴의 콘덴세이트(초경질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흑사자의 '유명세'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한 붕따우 남쪽 2백80km 해상의 11-2광구도 관심거리다.
이 광구는 한국 기업들로만 컨소시엄을 이뤄 해외 자원개발에 진출한 첫번째 사례다.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석유공사(지분 39.75%)를 비롯해 LG상사(11.25%),대성산업(6.93%),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삼환기업(각 4.87%),서울도시가스(2.43%) 등 한국 기업의 지분이 무려 75%에 이른다.
당초 계약에 따라 지분 25%는 지난달 베트남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베트남에 양도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2006년 10월 생산을 목표로 시추와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 건설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는 새로 놓일 60km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영국 BP의 기존 파이프라인으로 옮겨진 뒤 베트남 남부의 발전소와 비료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11-2광구의 가채 매장량은 천연가스 9천억입방피트(LNG 1천8백만t)와 콘덴세이트 2천3백만배럴.한국 컨소시엄은 내년 10월부터 하루 1억3천만입방피트의 가스를 23년간 생산할 예정이며,총 4억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탐사와 개발을 주도한 광구에서 잇따른 '대박'이 터지자 석유공사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세계 메이저들로부터 함께 신규 광구 입찰에 참여하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데다 베트남 정부도 한국기업들이 광구권 입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어서다.
김성훈 지사장은 "외국기업들의 러브콜이 많지만 가능하면 한국 기업들과 함께 신규 광구 입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오는 3월 입찰이 실시되는 베트남 남동쪽 해상 9개 신규 광구 중 한 곳에 가스공사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과 함께 참여,또 하나의 대박 캐내기에 나설 계획이다.
붕따우·호찌민(베트남)=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