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면역기능이 지나칠 경우 패혈증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을 유발하며,면역기능의 하나인 염증을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연세대 생화학과 김영준 교수(43)팀은 과도한 면역기능이 질병과 암을 유발한다는 면역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10일 발표했다. 김 교수 팀은 세균 감염시 전사인자 조절물질인 'NF-kB'와 'AP-1'의 신호전달 체계가 면역세포 내에서 동시에 활성화돼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두 신호전달 체계가 서로의 활성을 억제,면역반응을 중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저널인 '네이처 면역학'지 인터넷판 10일자에 게재됐으며 2월호에 정식으로 실릴 예정이다. NF-kB 신호전달 체계는 유전자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고,AP-1은 세포의 움직임을 촉진시켜 세균을 잘 잡아먹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두 신호전달 체계가 서로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규명됐다. 이는 AP-1 신호전달 체계가 무너져 NF-kB 신호 체계의 활성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면역기능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아토피 피부염이나 패혈증 등을 유발하고 과도한 면역기능,즉 장염이나 대장염 등 지속적인 염증이 암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앞으로 AP-1을 이용해 과도한 면역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아토피 피부염,패혈증 등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또 면역 강화기능을 가진 기존 치료제들이 오히려 면역기능의 과민반응을 일으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과학기술부의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지원을 받아 김 교수와 DNA칩제조전문 벤처인 디지털지노믹스의 윤정호 박사,세종대 분자생물학과 하정실 교수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