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의 투입과 회수를 담당하는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KAMCO)의 신임 사장이 최근 동시에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개시했다. 최장봉 예보 사장과 김우석 KAMCO 사장이 향후 구조조정과 새로운 비전 제시라는 과제를 제대로 이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기관의 일차적인 과제는 구조조정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비대해졌지만 최근 업무량 감소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보는 그동안 서울은행 조흥은행 대한생명 등을 매각,관련업무는 우리금융지주와 대투증권 정도만 남겨두고 있다. 또 부실 책임자에 대한 조사도 막바지 단계여서 업무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예보는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를 확대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회사 감독권은 금융감독원이 갖고 있고,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적기시정조치권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는 한국은행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독자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가 최 사장 취임에 대해 관례에 따라 언론사에 제공해온 보도자료도 내지 않을 만큼 '뜨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정부와의 원활한 업무협조가 가능할지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KAMCO의 앞날도 순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기금을 통한 부실채권 인수업무가 종료돼 업무량이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조직의 내분 등 각종 '악재'로 KAMCO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이 붕괴되고 조직의 분위기는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 '책임을 면하는 길'을 찾는 쪽으로 변해 버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흐트러진 조직분위기를 일신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마련하는 일이 김 사장의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