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인사파동'이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동반 사의표명 사태로 비화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의 인사시스템은 시행 2년이 못돼 새롭게 재점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며,노무현 대통령의 인사정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비서실은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인사문제의 파장이 의외로 크자"면서도 "김우식 실장이나 관련수석 등 고위참모들의 신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9일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의 오찬회동 등을 거치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이기준 인사파동으로 인한 파장과 들끓는 여론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로 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기준 카드'가 기본적으로 부실 인사였음을 자각한 결과다. 김 실장을 비롯한 비서실 인사관련 핵심 참모들은 9일 전원 구두로 사의를 표한데 이어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겠다"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참모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참여정부가 특히 자부해온 인사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인데다 이로 인해 "논란과 물의를 빚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노 대통령이 사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인사의 추천-평가-검증 곳곳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김 비서실장(총괄)-정찬용 인사수석(추천·평가)-박정규 민정수석(검증)이 1차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이번 인사만 떼어놓고 보면 이 전 부총리와 각별한 관계인 김 실장에게 지휘감독의 책임이 좀더 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번 인사파동은 '실용주의적 노선'쪽으로 정책적 방향 선회를 예고하면서 일부 실행에 들어간 노 대통령의 새해 국정운영에도 적지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먼저 "인사시스템을 재점검하라"고 비서실에 지시했지만 인사정책·정책기조·로드맵 이행 등 전반에 걸쳐 내부적으로 재점검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들어 여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관용 및 포용,화해의 정책방향과 '선진한국'의 구호를 새로 내건 노 대통령의 '뉴 리더십'에 타격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인사에서 노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계층이 특히 더 반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번 인사파동이 비교적 조기에 수습된 편"이라며 집권 2기의 실용주의적 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