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다시 '실용주의 노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해말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의 처리를 놓고 강경파가 득세했던 것과는 달리 온건파의 목소리에 부쩍 힘이 실리고 있다. 국보법 협상과정에서 대체입법을 주장했던 임채정 의원이 과도체제의 수장에 오른 것 자체가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임채정 의장은 6일 취임 일성으로 '민생 올인'을 들고나왔다. 임 의장은 이날 "무엇보다 민생안정,남북 평화체제 구축,국민화합 개혁 등 국정목표를 중심에 두고 올인하겠다"며 "민생경제 쪽에 중점을 두고 개혁정책과 철학을 유감없이 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며,그 기초를 닦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국보법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도 합의대로 당론을 내놓고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과정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대화에 무게를 실었다. 강경파의 기류변화도 감지된다. '국보법 폐지를 위한 2백40시간 의총'의 대표였던 김태홍 의원조차 "그런 모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로 예정돼 있는 국보법 등 쟁점법안 처리 문제가 오는 4월말 재·보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오는 31일로 확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중도적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온 정세균 의원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