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구진,풀베기론,과도기론" 경제부처 수장들이 을유년 새해를 맞아 갖가지 화두(話頭)를 쏟아냈다. 우선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여시구진(與時俱進)'이라는 사자성어를 꺼내 들었다. 이 부총리는 3일 재경부 직원들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말을 통해 "새해를 맞아 여러분에게 보내는 첫 마디는 시간과 더불어 함께 전진한다는 의미의 '여시구진'"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원래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선진화에 이바지한 민간기업가들에게 당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용한 말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말고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부총리는 국내 경제의 해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말을 언급하며 "변화와 개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며 처진 사람들을 보살피고 부축하면서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직원들에게 '풀베는 농부'의 자세를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풀을 베는 사람은 들판의 끝을 보지 않는다"는 비유로 금감원 직원 개개인에게 소명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금융시장의 업무영역 규제는 완화하되 대주주 자격심사 등은 강화해 자율 경쟁과 공정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내 경제가 처한 현실을 '과도기론'으로 풀어냈다. 그는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지배와 항거'의 문화가 '공존과 관용'또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로 변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새로운 질서가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해 과도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예산과 기금 등 2백조원의 자금을 한 달 정도 시간을 갖고 들여다 보는 것과 겨우 이틀 동안 살펴보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 예산안 늑장 통과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편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 시무식을 주재하는 자리에서 올해의 3대 국정과제로 △경제 활성화 △한반도 평화정착 △국민통합을 제시했다. 이 총리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되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소인은 부화뇌동 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어록을 인용한 뒤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이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서로의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