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보기술(IT) 업계의 핫이슈 중 하나는 휴대폰이 1위 수출상품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휴대폰은 반도체를 제치고 단일품목 수출 1위에 올라섰고 연간 수출이 2백억달러를 돌파하며 '수출 전성시대'를 맞았다. 정보통신부가 통관 기준으로 집계해 매월 발표하는 IT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휴대폰 수출액은 2백7억달러를 기록,'2백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특히 11월 한 달간 휴대폰 수출은 24억5천만달러로 전체 IT 수출의 35.6%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수출품목 1위에 올랐다. 이는 24억2천만달러를 기록한 반도체를 소폭 앞지른 성적이다. 휴대폰 수출은 미국과 유럽 위주로 늘어났다. 이 기간(1∼11월) 미국 수출은 전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고 유럽 수출도 1백30% 늘어났다.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중국 수출도 최근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수출 호조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폰 3인방'의 활약에 힘입은 것이다. 특히 삼성 휴대폰은 최근 처음으로 세계 2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DQ)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시장점유율 13.8%(소비자 판매대수 기준)로 모토로라(13.4%)를 0.4% 포인트 차로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판매대수 기준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 2위 달성은 세계 휴대폰 시장이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 3강 체제에서 '노키아-삼성-모토로라'의 신(新)3강 체제로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특히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판매대수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중 1억1천1백41만여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지멘스(7.6%)에 이어 시장점유율 5위(6.7%)를 기록했다. 최근 3세대(3G) 휴대폰 부문에서 약진하고 있는 LG전자는 2분기에 뒤처졌던 소니에릭슨을 제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멘스를 앞서는 데는 실패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의 고성장세는 올해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체 수요가 일단락됨에 따라 성장률이 한자릿수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9%가량 증가한 7억3천2백만대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은 모두 합쳐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2억대 규모의 휴대폰을 국내외에 공급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물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수출이다. 따라서 올해는 전세계에서 생산된 단말기 10대 중 3대는 국산 휴대폰이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휴대폰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다 중국과 미국 등에서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는 등 기회가 많다"며 "국산 휴대폰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와 기술력으로 승부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