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올해 12월부터 기업연금(퇴직연금) 시대가 열린다. 기업연금은 기업이 매년 근로자의 한달치 월급(연간 급여의 8.33%)을 금융회사에 맡긴 뒤 운용성과로 퇴직금을 확보하는 제도로 오는 2010년께는 시장 규모가 최대 67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기업연금이 주식 투자에 나서면 증시수급 여건이 대폭 개선돼 증시가 본격적인 재평가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기업연금을 도입한 미국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미국 기업연금인 401K는 지난 1990년 3천8백50억달러에서 2003년 말에는 1조8천8백50억달러로 덩치가 5배 가까이 커졌다. 덕분에 같은 기간 미국 우량기업의 주가 흐름을 대표하는 S&P500지수는 330포인트에서 1,111포인트로 2백36% 급등했다. 401K를 통해 개인자금이 꾸준히 증시에 흘러든 결과였다. 실제 401K의 2003년 투자자산 내역을 보면 국내 주식형펀드가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혼합형펀드가 12%였고 해외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단기자금 운용수단인 머니마켓펀드(MMF)가 각각 9% 등이었다. 국내에서도 기업연금의 성장 전망은 밝다. 보험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행 일시불 퇴직금제가 1백% 기업연금으로 전환되면 기업연금 시장 규모가 2006년 49조2천억원에서 2010년 67조2천억원으로 급신장한다. 50%만 전환돼도 24조6천억원에서 33조6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연금제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된 뒤 이르면 2008년부터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기업들은 현행 퇴직금제와 기업연금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법 시행 후 새로 생긴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기업연금제를 채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저금리 시대에 주식만한 투자 대안이 없는 데다 노후 대비 자금의 성격상 기업연금은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투자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기업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기업연금 도입에 따른 유망종목과 관련,"고배당을 받을 수 있고 경영상태가 안정된 기업에 관심을 두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고배당 우량종목을 주목하라는 지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