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지난해 '개혁 아젠다'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해결이 시급한 국책사업이나 정책결정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19년을 끌어온 원전센터 부지선정 작업이 2003년 '부안사태'로 백지화된 이후 지난해 공모절차에서 한 곳의 지방자치단체도 예비신청을 하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간 것.반면 한국(19기)보다 세 배나 많은 원자력발전소(53기)를 가동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과감한 정부 지원과 함께 적극적인 주민 설득,체계적인 정책결정 시스템을 통해 원전수거물 부지 문제를 해결했다. 2차 세계대전 원폭 피해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전문가가 위원장이 되는 원자력위원회에 독립성을 철저히 부여했고,원전센터 후보지역에 총 4백22억엔 규모의 재정·복지 지원을 통해 주민의 신뢰를 확보했다. 혼슈섬 북단에 있는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는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원전센터 유치 이후 급속히 발전했다. 80년대 초반 1인당 소득이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로카쇼무라는 2000년 1인당 소득이 3백20만엔(3천2백만원)으로 전국 평균(2백99만엔)을 넘어섰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 흐지부지된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영국과는 정반대의 길로 접어들었다. 영국은 일찌감치 전력산업 등 공공부문을 민영화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대처 영국 총리는 1986년 가정용 가스 공급을 독점해오던 공기업 영국가스(British Gas)를 민영화하는 작업에 착수,2001년까지 단계적으로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민영화 과정에서 노조가 반대하는 등 사회각계의 반발도 심각했으나 민영화를 통해 국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영국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이득을 봐 '윈-윈'하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