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테크놀로지'가 화려하게 부활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이 생활 속에 더 깊숙히 침투해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신기원을 만들고,모든 전자 기기가 네트워크로 하나가 돼 생활 패턴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번에는 6년 전처럼 요란하게 부풀었다 터지는 거품이 아니다. 미국 잡지 포천은 최신호(1월10일자)에서 2005년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10대 기술 트랜드를 소개했다. ◆블로그,인간관계의 새 판을 짠다=앞으로는 블로그(웹로그·Weblog의 준말)를 모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어진다. 이 '온라인 개인 미디어'는 최근 몇 년 만에 5백만개가 넘게 생겼고 지금도 매일 2만3천개씩 늘고 있다. 블로그는 표현의 자유가 완벽히 보장되는 무한 광장이다. 특히 언론,광고 홍보,마케팅업계는 앞으로 블로그라는 통제 불가능한 대중의 소리와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전자기기 통폐합=최근 실리콘밸리의 신생 가전회사 로쿠가 '홈 네트워크'를 실현해줄 기기를 내놨다. 노트북처럼 생긴 이 3백달러짜리 '디지털미디어플레이어'는 PC에 저장된 사진을 TV에 띄워준다. 이 같은 네트워크 전문 기기의 보급에 따라 올해부터 TV 오디오 PC 게임기가 사진,음악,파일들을 자유롭게 주고받게 될 것이다. ◆윈텔 제국의 붕괴=이 같은 전자기기의 통폐합에 따라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지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만든 '윈텔' 동맹의 아성은 무너질 것이다. 이 연합은 윈도우와 펜티엄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독점적 지위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이미 무료로 유통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저렴하고 성능 좋은 경쟁 반도체칩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 휴대폰=통신용 칩의 발달에 따라 조만간 휴대폰의 기능이 20가지에 육박할 전망이다. 사진 찍고 노래를 들려주는 데서 더 발전해 e메일 검색과 비디오 감상 기능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전화만 잘 걸리는 단순한 휴대폰을 그리워하게 될지 모른다. ◆유전의학의 개화(開花)=올해부터 유전자 조작으로 병을 고치는 유전의학이 급격히 발전할 것이다. 지난 11월 미국 생명공학회사 알나이람이 생쥐의 유전자 정보를 변환시켜 콜레스테롤 수치를 50%나 낮추는 데 성공했다. ◆프라이버시여 안녕=그러나 혜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기술 발달로 사생활 침해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문과 얼굴을 읽어내는 생체인식 장비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03년 7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8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해적판의 무한번식=전 세계 모든 소프트웨어 업체는 앞으로 중국제 해적판과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의 해적판 소프트웨어는 중국 기업 37%를 공격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5년 전에는 미국 국경에서 적발되는 모조 상품 10개 중 16%가 중국제였으나 지금은 이 비중이 66%로 폭등했다. ◆로봇의 침략=올해 미군이 처음으로 기관총을 쏘는 전투용 로봇을 도입한다. 정밀 조립기기로 주로 사용돼온 로봇들이 앞으로는 서비스 산업에 속속 투입될 것이다. 유엔은 현재 50억달러인 세계 로봇 산업 규모가 2010년 세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뇌를 읽는 마케팅=미국 자동차회사 포드가 최근 유럽에서 신차 반응 테스트 때 뇌파를 읽는 의료장비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사용했다. 소비자의 잠재의식까지 꿰뚫어보는 이 같은 뉴로마케팅(Nuromarketing)이 마케터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원자력의 부활=다음달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된 후에는 환경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 원자력이 재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50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지금의 네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