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인 대표회담' 결렬에 따른 쟁점법안 처리문제 등 정국대응 기조를 놓고 열린우리당 지도부 내에 기류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 등 초강수를 둬서라도 쟁점법안을 연내에 처리하자는강경론과, 4인 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만큼 대화 노력을 좀더 모색해보자는 온건론이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주화론(主和論) 쪽에,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주전론(主戰論) 쪽에 각각 무게를 실으면서 분위기를 잡아가려는 양상이다. 양측의 견해차는 2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감지됐다. 이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의례적인 대야 메시지 없이 남아시아 지진.해일피해만 거론하고 넘어갔으나, 천 원내대표는 "돌멩이 하나로 역사의 도도한 강물을 막을 수 없다"며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의회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협상에 임하지않고 운영도 가로막고 있어 다른 도리가 없다"면서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쟁점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어 의원총회에선 "냉전수구의 소굴로 국회를 방치할 수 없다","역사적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 "앞으로 2, 3일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며 결전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31일 출발 예정이었던 금강산 방문 등 의원들의 해외출장 일정은전면 취소됐고, 국회 법사위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기습상정을시도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반면 이 의장은 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 접촉을 갖고 대화재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의총 직후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 참석,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아직도 여야간에는 다양한 물밑 접촉을 통해서 개혁입법과 다른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인 회담 도중 `대체입법론'을 제기했다가 강경파의 극렬한 반발을 샀던 민병두기획조정위원장은 "아직 시간은 있다"며 전격 대화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당내 회의에선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의원 등이 "일부 양보를 해서라도 연내에 매듭짓고 넘어가자"며 대타협에 미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천천히 가라'는 입장이고, 총선을앞둔 비상시국도 아닌데 김 의장이 판 자체를 깨는 무리수를 두겠느냐"면서 "적어도집권여당이라면 사회자(국회의장)에게 공을 돌리는 자세를 취해선 안된다"고 강경론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원내 관계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변하지 않으면 대화에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