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에서 가장 풍성한 수확을 거둔 곳은 신한은행(행장 신상훈)이다. 당기순이익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고,은행 역사상으로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의 순이익은 6천9백34억원.작년 같은 기간(3천1백31억원)보다 1백21.4% 증가한 수준이다. 안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6%,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1.27%,자기자본이익률(ROE)은 25.48%로 은행권 톱클래스 성적이다. 신한은행의 시작은 별볼일 없었다. 지난 82년 자본금 2백50억원에 임직원 2백79명,점포 3개로 은행업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창립 이후 단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은행 자산 서열에서도 '빅4'에 진입,'대형 우량 은행'으로 성장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총자산이 86조5천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2006년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할 경우 1백53조6천억원대(9월 말 기준 단순 합산) 은행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2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이 이처럼 거세게 약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신한은행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신한 스탠더드'가 첫 손에 꼽힌다. 신한은행이 스스로 창조했고,다른 은행을 압도하는 '베스트 프랙티스(최상의 업무 표준)'라고 주장하는 신한 스탠더드는 모두 12가지다. 기업문화와 관련한 것으로는 △신한문화 △주니어보드 △소수정예주의 △고객만족 경영이 있다. 신한문화는 한마디로 파이팅 정신이다. 은행이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전 직원이 놀라울 정도의 조직력을 발휘하며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평이다. 주니어보드는 행원급 리더들로 구성된 선도적 조직이다. 여직원 리더들의 모임인 '겔포스'와 남자 행원들의 모임인 '영프런티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수 정예주의도 독특하다. 평범한 샐러리맨 10명을 키우기보다 조직 충성도와 영업정신이 살아있는 한 명을 육성하는 데 주력한다. 최고경영자의 경영방법도 독특하다. 신상훈 행장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전형으로 꼽힌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타인에 대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는 것으로 세계적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이 창안했다. 신 행장은 실무직원들에게 반드시 대면보고를 하도록 하고 그들과의 대화에서 진심을 털어놓음으로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직원들은 평가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