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대만 독립주의자인 리덩후이(李登輝)전 대만 총통이 27일 일본을 방문했다. 그를 '분열주의자'로 비난해온 중국 정부는 보복조치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즉각반발 성명을 냈다. 기어이 비자를 내준 일본 정부는 사인(私人)의 관광일 뿐이라며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외교가에서는 리 전 총통이 일주일의 체류기간 '정치 행보'를 감행할 경우 사안이 커질 것으로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리 전 총통은 나고야(名古屋)행 항공기 안에서 기자들로부터 중국의 '항의'에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아무 말도 하고싶지 않다"면서도 "대만은 중국의 영토가 아닌 만큼 (항의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치료차 지난 2001년 4월 일본을 방문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치료를 위한 방문은(행동이) 제한된다"며 "관광 목적이라는 명목은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일본을 다시 찾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리 전 총통은 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 "옛날과 달라진 환경을 아는 사람이 (일본 정부에)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왕이(王毅) 일본주재 중국대사가 자신을 "전쟁 메이커가 될지 모른다"라고 비난한 것에는 "중국은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해 멋대로 말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리 전 총통은 "견습 장교로 나고야에 있었다. 그립다"며 "학생시절에는 교토 외에는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리 전 총통은 1943년 나고야의 교토(京都) 제국대학으로 유학, 농림경제학을 전공했다. 일본군에 입대해 육군 포대에 배속됐으며 소위로종전을 맞았다. 일본어가 유창하며 '무사도 해제'라는 책을 내기도했다. 리 전 총통의 일본 방문에 대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일본이 대국적 중ㆍ일 관계를 중시, 진지한 조치를 강구하고 악영향을 막을 것을 요구한다"며 "중국은 향후 사태전개를 주시하겠으며 보다 강력한 대응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사태 전개에 따른 보복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리 전 총통은 "한명의 개인"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그의 방일이 중ㆍ일 관계에 특별히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리 전 총통이 "과연 관광목적의 개인에 멈출지"가 변수라고지적했다. 그의 행보가 정치색을 띨 경우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일본 정부의 대(對) 중국 정부개발원조(ODA) 삭감 움직임 등으로 마찰을빚어온 양국 관계는 험난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리 전 총통은 2001년 일본 방문시 신병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일본 국회의원과 면담하고 담화를 발표했었다. 중국은 보복조치로 리펑(李鵬) 당시 전국인민대표자대회상무위원장의 방일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