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는 27일 냉각기간제 도입 공개매수 기간중 신주발행 허용 명확한 공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의결,국내 기업들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위협에 대응할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M&A위협을 받는 기업은 이에 대응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되는 동시에 외국자본은 물량확대로 주식매입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 중 외국자본의 M&A 위험에서 자유로운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증권거래소가 12월결산 상장법인 4백85개사를 대상으로 지분구조를 분석한 결과,외국인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많은 기업은 48개로 전체의 10%에 달했다.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KT LG전자 등 '국가대표급 기업'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SK㈜가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다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KT&G가 영국계 TCI펀드의 자사주 소각 압력에 시달리는 것도 외국인 지분이 지나치게 많아서다. 따라서 해당기업들이 외국인의 M&A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쏟아붓는 금액도 천문학적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불한 돈이 작년 순이익(5조9천억원)에 맞먹는 5조6천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비(3조5천억원)보다 2조원이나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권거래법 개정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냉각기간제 도입으로 외국인이 M&A 목적으로 특정기업의 주식을 5% 이상 취득하거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지배권취득'으로 변경한 경우 5일간 주식 추가취득이 금지되는 만큼 해당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 장외에서 주식을 공개매수할 때 해당 기업이 신주를 발행하면 외국인의 주식매입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하지만 이정도 대책으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지분을 대량으로 취득한 뒤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하면 냉각기간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당초 단순투자목적이라도 20% 이상 지분을 취득하면 냉각기간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미국도 냉각기간이 10일로 규정돼 있다"며 "5일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주식에 거부권을 부여하는 '황금주'나 주식종류별로 의결권수를 달리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제도' 등 외국의 다양한 M&A 방어대책을 적극 검토하고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과 대기업들의 출자총액제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