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제 적용시기를 2년 늦추기로 정부와 여당이 합의함에 따라 기업들의 집단소송 피해 우려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게 됐다. 내년부터 집단소송 적용을 받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등록기업 중 상당수가 과거분식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분식 적용 유예 기간이 당초 거론됐던 3∼5년보다 훨씬 짧아진데다 집단소송법 이외에 민법이나 형법 증권거래법 등 현행법으로 적용받는 민·형사상 처벌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면 규정을 두지 않아 기업들이 과거분식을 털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회가 연내에 당정합의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과거분식에 대한 유예없이 증권집단소송법을 적용받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소규모 분식은 2년 내 해소할듯 금융감독 당국은 2년 정도 유예기간을 줄 경우 상당수 기업들이 과거분식을 털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건물 등 고정자산이나 재고자산을 과대평가하거나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하는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부풀려 왔다"며 "건물 감가상각비를 늘려 잡거나 재고자산을 손실처리하는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깨끗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화된 매출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던 것들도 대손충당금을 정상적으로 적립할 경우 분식을 쉽게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금융감독 당국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향후 2년 내에 분식회계를 자연스럽게 '손실'로 털어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분식회계를 해소하기 위해 적자를 내는 것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이익규모에 따라 분식회계를 털어낼 수 있는 수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고의분식 처벌 불가피 문제는 자산 과대평가나 손실 과소계상 등 관행적인 방법이 아닌 방식으로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을 경우 정상적인 방법으로 털어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황인태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은 "기업들이 관행상 분식회계를 한 것에 대해서는 감리 면제나 완화 등을 통해 처벌수위를 낮춰주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악의적이거나 규모가 큰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소송 적용만 유예한다는 것이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사면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해 분식회계가 적발된 하이닉스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이뤄진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따라 형사고발 또는 과징금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그러나 고의적으로 대규모 분식을 한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