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만큼 2004년은 좋은 기록보다 나쁜 기록이 훨씬 더 많다.


가계부문에서부터 기업 정부부문에 이르기까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기록들이 양산됐으며 특히 내수관련 지표들이 나쁘게 나왔다.


심지어는 석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해 국내 경제를 압박했다.


○내수 침체로 최악의 기록 양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는 최악의 내수 불황은 각종 최저·최소 기록을 양산했다.


올해 10월까지 소매업 생산은 21개월째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민간 소비가 그야말로 '최악'으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개월 후의 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 11월 86.6으로 2000년 12월 82.2 이후 4년 만에 최저였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의 86.7보다도 더 낮은 것이다.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생활이 날로 어려워지면서 가계부채도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과 외상구매를 합친 총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4백48조원에서 올 9월 말 4백65조2천억원으로 늘었고,영세사업자·민간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개인 부문 부채는 처음 5백조원을 넘었다.


내수 침체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최악의 청년실업 사태를 초래했다.


지난 11월 청년실업률은 7.3%로 전체 실업률(3.3%)의 2배를 웃돌았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크게 줄여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청년들이 수십장,수백장의 이력서를 써 내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사람도 돈도 한국을 빠져 나가는 '탈 한국 러시' 역시 올해 사상 최대였다.


수출입은행 신고 기준으로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한국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 건수는 3천건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액도 44억3천8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6% 늘었다.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유학생은 계속 늘어 지난 9월1일 현재 해외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은 18만7천6백여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부동산 시장 급랭


작년 '10·29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것도 올해 경제의 특징이다.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62만5천건으로 전년 동기의 90만9천건에 비해 31.2% 격감했다.


특히 집을 살때 내는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야 하는 서울 강남 강동,경기도 과천 분당 등 주택거래신고지역의 경우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의 주택거래 건수는 1만7천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만4천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중기 벤처가 특히 고달팠다


중소제조업의 월별 공장가동률이 올 들어 한 번도 6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동률은 지난해 1월 70.5%에서 2월 69.9%로 떨어진 이후 지난 10월까지 21개월 연속 60%대를 기록했다.


2년 가까이 정상조업률인 80%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50인 이하 소기업의 경우 65%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60% 안팎)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중소제조업체들의 매출은 정체하거나 감소한 데 비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비용은 증가,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 벤처붐'이 올해 말 주요 화두였지만 벤처기업들의 자금줄인 벤처캐피털의 투자실적은 그야말로 초라하다.


이들의 올 한 해 벤처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벤처캐피털(창업투자회사)의 신규 투자금액은 4천9백78억원으로 벤처붐이 절정을 이루던 1999∼2001년은 물론 2002년과 지난해 투자액 6천1백67억원과 6천1백18억원을 훨씬 밑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에도 신규 투자가 거의 이뤄진 것이 없는 점을 감안,올해 전체 벤처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였던 작년 투자액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99년과 2000년 결성한 투자조합들이 올해와 내년 잇따라 해산을 기다리고 있지만 대부분 원금을 까먹을 정도로 수익을 못내 신규 투자는 꿈도 못꾸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업 열기마저 식었다


경기 불황으로 올해 창업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7대 도시의 창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초부터 12월18일까지 제조 서비스 유통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새로 문을 연 업체는 2만6천1백7개로 외환위기가 닥쳤던 지난 98년 이후 창업이 가장 저조했다.


아직 남아 있는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창업은 지난해 2만9천64개보다 10%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3만6천3백92개)에 비해서는 4분의 1 정도 줄어들었다.


2000∼2002년 연평균 3만5천여개를 넘어서며 회복세를 보이던 창업이 지난해부터 내수 침체의 여파로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창업 기업 수가 1만2천개에도 미치지 못해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치솟은 유가


국제유가의 급등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됐다.


올 초 배럴당 33달러대에서 출발한 유가(WTI 기준)는 지난 10월22일 사상 최고치인 55.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1년 전보다 8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원유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테러 위협 등 중동지역의 정세불안으로 인해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서 유가는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계속 올랐다.


현재 유가는 다소 진정돼 40달러 중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경제부·산업부·벤처중기부·생활경제부·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