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당당(女風堂堂).' 올해 정치권 여성의 위상을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다. 일단 외형적으로 '여성 선량'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4·15 총선'에서 헌정사상 최다인 39명(전체 의원 2백99명의 13%)의 여성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16대 국회의 16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여성 정치인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각 정당이 비례대표의 50%를 여성 몫으로 할당한게 가장 큰 이유이지만,새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여성 정치인들은 양적 성장에 못지 않게 질적으로도 남성에게 밀리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이 선정한 올해 국정감사 우수의원 75명 중 여성은 17명(23%)에 달했다. 특히 여성은 각 당의 핵심 포스트를 꿰차고 있다. 5개 주요 정당 중 2개에서 여성이 수장을 맡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올해 이른바 '박풍(朴風)'을 일으키며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원외인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지난 6월 대표로 선출될 때까지만 해도 '얼굴마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강했다. 그러나 7월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치며 단식농성을 하는 등 강한 리더십으로 '관리형 대표'에서 '정치적 대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 지도부에도 여성들이 대거 등장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이미경 의원이 상임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명자 의원은 기획자문 위원으로 중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3선의 김영선 의원이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당당히 3위를 기록하며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경제 전문가로서 당내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김애실 이혜훈 의원,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나경원 의원,당 디지털 대표를 맡고 있는 김희정 의원 등도 두각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에선 심상정 의원이 의원단 부대표로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야의 대표적 '입'도 여성이다. 열린우리당은 당 대변인과 원내 대변인 모두 여성(김현미 박영선 의원)이다. 한나라당은 전여옥 의원이 임태희 의원과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다. 국회 상임위에선 여성위원회를 제외하고 일반 상임위 중 최초로 여성위원장이 탄생했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정무위원장을,이미경 의원은 문화관광위원장을 각각 차지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지역구 여성 의원은 10명으로 약 4%에 불과하다. 남성 중심의 현실정치의 벽을 넘기엔 아직까지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