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매각 발표가 무기 연기되면서 제일은행 인수전이 다시 혼전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당초 제일은행은 2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오후에 HSBC를 최종인수자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돌연 매각 발표를 연기했습니다. 제일은행은 이날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이 이번 주중 매각 관련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이고 다음주에도 불투명하다"고 밝혔습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로버트 코헨 행장이 뉴브리지로부터 통보를 받았는데 발표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HSBC가 유력 인수자로 확정되는 듯 했지만 SCB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막판 경합을 벌이는 등 인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뉴브리지는 다음주 최종 인수희망자 선택을 놓고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이 제출한 인수조건을 살펴보면 SCB는 HSBC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반면 HSBC는 SCB보다 한 달가량 빨리 인수대금 납입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막판 인수전에 뛰어든 SCB가 3조 4600억의 파격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은 제일은행을 인수해 한국 내 영업 거점을 마련하고 아시아시장 영업력을 보강하려는 장기 포석이란 분석입니다. 그러나 SCB가 가격을 높게 써내면서까지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표명했지만 자금력 등의 문제로 최종 인수에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현재 SCB는 인수대금 중 2조 5000억원가량은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1조원가량은 단기차입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SCB는 은행 건전성 비율상 대규모 지분을 인수할 만큼 자본금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증자를 통해 자본력을 확충해야 하는 문제가 남게 됩니다. 일단 정부는 인수희망자 양측 모두 인수조건과 국제 신인도 등을 따져볼 때 국내 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뉴브리지가 올해 초와 달리 제일은행 지분매각 차익으로 삼성생명 등 다른 투자처를 찾아놓은 상황인데다 제시가격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SCB도 제일은행을 경쟁사인 HSBC 측에 넘겨줄 경우 국내 영업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해 막판 파격적인 베팅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4일 열린 제일은행 이사회는 HSBC와 SCB 양쪽 인수 희망자 모두에게 지분 매각에 동의하는 '경영권 인계 협약'을 승인했고 뉴브리지는 본 더만 회장의 승인을 거친 뒤 두 인수희망자에게 협약서와 희망가격 등이 담긴 매각조건을 최종 통보한 상태입니다. 매각타결이 다시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뉴브리지는 유리한 입장에서 매각상대를 고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