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재래시장 브랜드가 들어섰다. 나름대로 지역 상권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이긴 하지만 백화점에 재래시장 브랜드가 입점하기는 거의 전례가 없어 주목된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백화점들이 합리적 가격대의 브랜드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초 매장을 리뉴얼한 롯데 영플라자 6층에 동대문 의류 브랜드 4개와 압구정동 패션스트리트 브랜드 2개 등 영캐주얼 부문의 6개 개인숍이 문을 열었다. 롯데 영플라자측은 "푸드코트가 있던 6층을 '영패션시티'란 컨셉트로 리뉴얼하면서 주 고객인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고객들에게 재미있는 쇼핑을 제안하기 위해 이들 브랜드를 스카우트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에 입점한 동대문 브랜드는 △스커트를 전문 판매하는 '제이문' △옷에 동물 캐릭터를 넣어 인기를 끈 '미스터아시아' △강렬한 색상이 특징인 '갸하하' △낡아보이는 빈티지룩 브랜드 '옥소' 등이다. 또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브랜드로 △수공예 액세서리와 의류 전문인 '달' △받쳐입을 수 있는 단품으로 인기를 얻은 '쇼룸'이 들어왔다. 이들 브랜드는 동대문이나 압구정 점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으며 브랜드도 대부분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정동혁 롯데백화점 여성캐주얼매입팀장은 "이들 브랜드는 패션스트리트나 동대문 등 재래시장에서 인기가 검증됐다"며 다른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분위기와 쇼핑재미를 줄 수 있다는 데 착안해서 실험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불황을 뚫기 위해 △해외 중저가 브랜드 도입 △자체상표(PB) 개발 △지역,지방백화점 이코노숍 설치 등 '3저(低)대책'을 세운 것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정 팀장은 "내년에는 적정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이른바 '퀄리티 프라이스(Quality Price)'가 유통업계의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며 "며칠 안됐지만 이들 브랜드가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어 내년에도 재래시장이나 패션스트리트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성캐주얼 업계에서는 올들어 16개 브랜드가 간판을 내릴 정도로 불황의 골이 깊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