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출사(輸出史)를 다시 썼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 지 꼭 40년 만에 2천억달러라는 또 하나의 고지를 넘었을 뿐 아니라,그 상승 행진이 연말까지 계속 이어져 올해 총 수출이 2천5백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수출 신화의 뒤에는 기술개발에 온 힘을 쏟고,전 세계 방방곡곡을 열심히 뛴 수많은 대한민국의 수출기업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쾌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극심한 내수 침체 등으로 우리 경제는 잔뜩 위축돼 있는 듯하다. 수출기업들도 이 때문인지 예년의 활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라 안팎에서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아직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고,강세로 치달았던 원·달러 환율은 수출경쟁력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해외시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KOTRA 해외무역관들은 비록 올해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내년도 해외시장 수요 역시 충분하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이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중동지역에는 고유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오일달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우리 수출품이 고급 이미지를 쌓아 나가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월드컵 이후 높아진 국가 이미지가 한 몫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첨단 하이테크 제품들의 경우 서구 선진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꼭 갖고 싶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KOTRA의 '국가이미지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가운데 우리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해외시장 여건은 호전되고 있다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유가,환율 등이 여전히 불안요소로 남아 있고 곳곳에 산재한 해외 시장 수요가 가만히 있어도 우리 것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를 극복하는 국가와 기업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고 온 국민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