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세계 최강'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사이 일본은 한국보다 2배 빠른 서비스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은 수년 전에 VDSL(초고속 디지털가입자망) 장비를 개발해 놓고도 국내 수요가 부족해 일본 수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NTT 야후BB 등 일본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최근 1백Mbps급 VDSL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최근 KT가 50Mbps 상품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속도에서는 이미 일본이 앞섰다.


일본 업체들은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는 기가비트급 FTTH(광가입자회선) 서비스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FTTH는 속도가 최저 1백Mbps,최고 10Gbps에 달한다.


KT 등 한국 통신업체들은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내년에야 FTTH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초고속 인터넷 장비 업체들은 주로 일본에서 일감을 찾고 있다.


다산네트웍스는 최근 솔리션시스템스로부터 71억원 상당의 1백Mbps급 VDSL 장비를 수주했다.


이 회사가 올해 일본에 내보낸 장비는 3백억원어치에 달한다.


우전시스텍은 이달 들어 닛쇼일렉트로닉스 마루베니 등에 30억원 상당의 VDSL 장비를 공급하는 등 올해 1백30억원가량의 수출 성과를 올렸다.


상반기엔 소프트뱅크BB에 시범 서비스용 VDSL 장비를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동안 한국이 주도해온 초고속 인터넷 장비 시장도 중국 업체들에 위협받기 시작했다.


일본 유럽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중국에 쫓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하웨이가 KT로부터 50억∼60억원 규모의 광전송 장비를 수주해 한국 통신장비 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KT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장비업체들이 수주전에 참여했으나 기술과 가격에서 중국 업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초고속 인터넷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을 자부해온 한국이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은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VDSL보다 한 단계 낮은 ADSL(비대칭 디지털가입자망)에 안주한 채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에서 일본은 이미 한국을 앞질렀다.


2002년까지만 해도 일본의 가입자(5백85만명)는 한국(1천41만명)의 56%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일본(1천3백49만명)이 한국(1천1백62만명)보다 많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은 아직도 한국이 세계 1위지만 한국이 투자를 미루는 사이 일본이 VDSL이나 FTTH로 넘어가 속도에서 뒤처졌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