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는 정말 희망이 없는 걸까. 19일 대한상의 경총 무협 한국CEO포럼 등이 쏟아낸 각종 보고서에선 내년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다본 내년 경제성장률은 3% 이하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기대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최악이라는 소매유통업 경기도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나마 경기를 지탱해 오던 수출 전망도 잿빛 일색이다. 전문경영인과 학자들의 모임인 한국CEO포럼이 CEO 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내년 경제성장률이 4%를 넘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응답자의 43.4%(무응답 제외)가 '3.50∼3.99%',33.3%가 '3.0∼3.49%'로 답해 3%대가 주류를 이뤘지만 '2.50∼2.99%'라고 답한 응답자도 23.3%나 됐다. 이들의 응답을 평균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3.38%로 지난 6월과 9월 조사 때의 5%와 3.61%보다 더 낮아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1백대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한 결과 61명이 내년 경제성장률은 '3%대 이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이 경기 회복은 오는 2006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2007년 이후라는 응답 항목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 시기는 요원한 셈이다. 응답자의 84%는 '현재 상황은 비상국면으로 내년 봄까지 정확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장기 불황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또 77%는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늘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9백60개 주요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0.5(100 기준)로 나타났다.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환율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특히 그동안 체감경기 상승을 주도해 왔던 수송기계 철강 석유화학제품 등 중화학 부문의 EBSI도 93.7로 100 밑으로 떨어졌다. 유통업체들의 체감경기 역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등 전국 8백55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64'로 나왔다. 이 역시 2002년 조사 실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현석 대한상의 상무는 "대책은 캄캄한데 '4대 입법' 추진과 같은 경제 외적인 불안정이 확산되면서 내년도 경기전망이 암울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민간투자 활성화와 경기 진작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구학.류시훈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