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변형윤 국회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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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17일 '한국경제의 진로'라는 주제로 나란히 강연대에 올랐다.
국회 연구단체인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이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한 두 원로는 각각 '성장주의자'와 '분배주의자'의 태두답게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의 지론을 펼쳤다.
'남덕우와 변형윤의 만남'이란 부제가 붙은 이날 강연에는 포럼 소속 의원들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학계 관계자 등 2백여명이 참석해 두 거장의 논쟁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먼저 연단에 오른 남 전 총리는 "성장이 없으면 분배상태를 개선할 수 없으며,지금은 성장을 통해 실업자를 줄이는 것이 분배개선의 최우선 과제"라며 "따라서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논쟁은 부질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 실세 중의 누군가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라도 고르게 나누면 국민 모두가 보다 화락(和樂)하게 살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는데,경제는 자전거와 같아서 구르지 않으면 쓰러진다"며 "성장하지 않으면 사회변동에 대처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의 소득수준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업활동 규제와 관련,남 전 총리는 "현 정권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정부개입과 규제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면서 "산업화된 사회에서 정부가 시장경제의 자율기능을 무시하고 민간활동에 불합리한 간섭과 규제를 강요하면 역작용이 생긴다는 것이 시장경제 국가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신 정부는 시장기능이 못하는 일이나 정부가 아니면 안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충고했다.
남 전 총리는 신행정수도 사업에 대해서는 "공주와 연기를 행정도시로 만드는 것이 국가발전 전략에 반드시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후보지 2천1백60만평에 대해 토지개발공사가 토지채권을 발행해 기업도시로 개발하면 충청도와 나라가 다 같이 발전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 인구분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변 명예교수는 "시장경제는 불공평한 소득분배와 실업문제라는 두가지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시장경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시장경제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변 교수는 "시장경제는 효율과 자유를 보장해주는 장점도 있지만 시장에 맡겨서는 안되는 일도 있다"면서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아가는 정책을 함께 펴야 한다"며 분배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시장경제의 실패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는 저소득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성장률이 낮더라도 분배정책을 병행하면 큰 문제가 안된다"며 "성장이 없으면 마치 죽을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