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휴대폰 부품업체에 '대만발 경계령'이 내려졌다. 값싼 대만제 부품들이 밀려오면서 국내 부품업체간 출혈경쟁과 단가인하 압박요인이 거세질 전망이어서 실적둔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완제품 업체들이 중저가 제품 생산비중을 높이면서 대만산 저가 부품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밀려오는 대만산 저가 부품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와 팬택 등이 대만산 키패드를 휴대폰에 쓰기로 한 것을 비롯해 PCB,카메라 모듈,렌즈 등의 대만 제품 수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에 대한 투자의견도 잇달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증권은 "국내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키패드 부품 일부를 대만의 실리텍 등에서 공급받기 시작했다"며 키패드 업체인 유일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낮췄다. 현대증권 김희연 연구원은 "휴대폰 판매량이 둔화되고 가격경쟁이 치열해지자 휴대폰 업체들이 판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만산 등 외국산 부품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유일전자의 키패드 평균 단가가 2천원 수준인 데 반해 대만 업체의 납품단가는 1천5백원선"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고급 사양 부품을 주로 만들고 있어 가격경쟁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휴대폰용 PCB(인쇄회로기판)도 대만의 유니마이크론이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하는 등 국내 유입이 활발하다. PCB 업체인 거래소시장의 대덕전자와 연성 PCB 업체인 인터플렉스 등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카메라 모듈과 렌즈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전자는 대만업체로부터 카메라모듈 샘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모듈 업체인 한성엘컴텍 파워로직스 등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프로젝션TV용 렌즈에서 최근 카메라폰용 렌즈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세코닉스 등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에 걸림돌 될 듯 '대만발 경계령'이 4분기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입초기 단계여서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 업체들이 외산 부품 수입물량을 늘리고 있어 내년에는 실적과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카메라 모듈가 PCB 등 비교적 기술장벽이 낮은 범용 제품의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수입 부품이 국내산보다 15~20%가량 싸다는 점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이 휴대폰 판매단가를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저가부품 수입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키패드 등 고급 부품도 대만산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업체별로 내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고 납품처가 다변화된 업체로 투자대상을 좁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